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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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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수위나 [jesy] 쪽지 캡슐

2001-10-09 ㅣ No.1218

  아주 오래 전, 아무도 살지 않는 숲 속 구석에는 달팽이 한 마리와 예쁜

 

 방울꽃이 살았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것만으로도 기뻣

 

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다.   토란잎사귀 뒤에 숨어서 방울꽃을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 버리는 것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아침이면 달팽이가 힘들게 큰 바위 두개를 넘어 방울꽃 옆으로

 

오는 이유도 몰랐다.  다가와서는  "저어...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라고 수줍게 묻는 달팽이의 말이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달팽이는 방울꽃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위 밑으로 다가와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   행여나 방울꽃이 바람에

 

날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뜨겁게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달팽이는 햇볕 속에서 자기 몸이 마르

 

도록 방울꽃 옆에 붙어있었다.   뜨거운 햇볕에 행여 방울꽃이 말라 버리지

 

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울꽃은 이 모든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민들레 꽃씨라도 들을까봐 아무에게도 말못하며

 

냉가슴을 앓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그렇게 달팽이의 사랑을 모른 채 숲속의 세월은 흘러갔다.

 

  어느 날 노란 날개를 가진 나비가 날아왔다. 방울꽃은 나비의 노란 날개에

 

반해버렸고 나비 역시 방울꽃의 하얀 꽃잎을 좋아했다.   달팽이에게 이슬을

 

주던 방울꽃은 나비에게 꿀을 건네주고 있었다.   하지만 달팽이는 방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다.  

 

 " 다른 이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 거야." 라고

 

민들레 꽃씨에게 말하면서도, 까닭 모를 서글픔이 달팽이의 가슴에 밀려왔다.  

 

방울꽃은 이런 달팽이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날,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 안개 속

 

에 떨어졌다.   하지만 곁에 있던 나비는 "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는 걸."

 

하면서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울꽃을 떠나 버렸다.

 

달팽이는 나비를 보내고 슬퍼하는 방울꽃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클로버

 

잎사귀 위를 굴러 다녔다.   구르는 달팽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눈물

 

방울이 사랑이라는 것을..., 그때도 방울꽃은 달팽이의 진심을 알지 못했다.

 

나비마저 떠나 외로운 밤에 달팽이가 왜 자신의 곁에서 잠 한 숨 자지 않고

 

맴돌고 있는지를..., 여전히 방울꽃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것이다.

 

  겨울이 다가울 때쯤 방울꽃의 하얀 꽃잎은 바람에 다 떨어져 버렸다.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지고 단 하나의 씨앗으로 남은 방울꽃은 땅위로 떨어

 

져 버렸다.  그때 달팽이는 흙을 곱게 덮어주며 말했다.

 

  " 이제 또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땅 속에 갇힌 방울 꽃 씨앗은 그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달팽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그의 모든 행동이 깊은 사랑에서 비롯

 

된 것이었음을 말이다.

 

그렇게 숲 속의 또 한철이 흘러갔다.  그리고 달팽이는 작은 새싹을 틔우는

 

방울꽃의 곁을 말없이 또 지키고만 있었다.

 

 

김학중 글에서

 

 

저도 이같은 사랑으로 사랑하겠습니다.   Sr. Jesuina S.S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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