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좋은길로 이끄시는 하느님, 세상이 참 좋아졌지요?

인쇄

김정이 [pear] 쪽지 캡슐

1999-04-26 ㅣ No.30

며칠 전에 명동에 갔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 들이고 해석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성당입구에서부터 성모동산에 이어 수녀원 앞에까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천막들...

그 길로 걸어 들어가면서, 천막안의 모습들은 제가 신자가 아니라하더라도 고개 돌리고 싶을 만한 것들이었습니다.

종교인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산다는 것은 모두 기도라고 생각 합니다.

그 기도가 얼마나 진실한 것이며, 또 그 기도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다르다면 다르겠지만요.

사실 저는 우리 신자들 사이에서도 지극히 이기적이고, 기복적인 기도만을 하며,  그리고 이웃을 위한 봉사마저도 그 뒤엔 자신의 기복을 전제로 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많이도 보아 왔습니다.

저는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분들을 보며 (술마시는 사람, 핸드폰을 사용하여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는 사람, 잠자고 있는 사람, 그리고 악을쓰며 노래하며 이적규정 철폐하라는 한총련 학생들)  이들은 어떤 기도를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늘상 하느님을 가까이 한다는 저와 우리 모두도 자신만을 위하여 기도 할 때가 더 많은 것을...

그들 중엔 더러 카톨릭 신자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농성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신자분들은 마음이 얼마나 착잡할까?

특히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지나가실 때엔 자기 얼굴에 신자표시가 있기나 한 것처럼 고개 숙이지 않을까하고요.

저도 그 분들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 백성의 원망과 우상숭배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영세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깊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하느님께선 그 무지 몽매한 백성들을 사랑하셨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성지라는 명동성당이 바로 저들에겐 자신들의 안위, 좋게 말하면 생존권 투쟁을 위한 금송아지가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그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세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너무 비약한 그리고 어려운 발상이지요?

하느님께선 언제나 정의와 함께 약자들의 편에 서 계신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개인적인, 그리고 집단적인 이기주의가 너무나도 팽배해져 있는 이 시대의 약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약자는 소리치지 못합니다.

약자는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자들입니다.

 

명동성당을 내려 오면서 깨어진 돌들을 보았습니다.

순간 섬찟하면서... 혹시 한총련 학생들이 저 계단의 돌들을 짱돌로 만들기 위하여 ...?라는 당혹감에 화가 치밀었지만 다행히도 그건 공사를 위한 성당측의 작업이었다는 말을 듣고

휴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간헐적으로 소수의 거친 투쟁의 노래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래전에 그랬었던 것처럼 그런 노래소리를 들으며 가슴뛰던 벅차오름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많이 나이를 먹고 변하기도 하였겠지요.

나만의 안위를 위하여 기도하는 가진 자로써요.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세상이 참 좋아 졌구나 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선 우리 모두를, 내가 미워하는 사람마저도 언제나 좋은 길로 인도하신다는 믿음을 갖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세상이 정말로 좋아졌구나 다시 한 번 되내이면서요.

 

그리고 굿뉴스를 다녀가시는 분들이 이곳 게시판을 조회하는 건수가 월등히 많은 것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명동성당에 계신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직원분들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건방진 평신도   PEAR

 

 



27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