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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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3-08 ㅣ No.207

찬미예수님, 오잉? 재의 수요일에 얘가 웬 충격 고백을 하려나 기대 중이신가요? *^-^* 아시다시피 이 표현은 만해의 시 귀절 중에 하나이지요. 그리고 올해 초에 최인호님이 펴내신 팡세의 제목이기도 하구요. 서울교구 주보에 실렸던 글이 묶여져서 나왔더라구요. 주보를 볼 때마다 읽었던 좋은 글들이 책으로 나올 줄은 예상 했던 일이고 반갑네요. 어쨌든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솝우화를 언급하는 글이 한편 있습니다. 나무에 달린 포도를 먹고 싶었던 여우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포기하고 돌아서며 '저 포도는 맛이 없을거야. 저 포도는 신 포도일 테니까' 중얼거린다는 내용의 우화지요. 잊고있던 우화를 다시 떠올리며 저는 그 여우를 따라 하기로 했습니다. (최인호님의 의도와 전혀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지만...) 때로는 체념이 복잡한 심사에 도움이 될 때도 있으니까요. 사실 그런 체념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비겁하다고도 할 수 있구요. 제가 전에 자주 그런 식의 체념을 일삼을 때는 의욕도 사라지더군요. 꽃이 아름다운 것도 느낄 수가 없었고 생각은 편협해지고 표정은 굳어지고... 조금씩 조바심이 사라지면서 체념하기 보다는 욕심을 버리려고 애쓰다보니 요즘은 전처럼 비관적인 기분에 빠지는 일은 많지 않지요. 그런데도 결국은 어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시 여우를 따라해야 할 것 같아서 좀 슬퍼져요 --;; 주저리 떠들면서도 체념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머리속에서 뒤섞여 더욱 복잡해지지만 나름대로 그렇더라는 것이예요.^^;; * 그런데 정말 첫키스의 추억은 날카로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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