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나뭇잎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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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ㅣ No.1297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뭇잎과 나  /  오다가다

 

연하게 새싹이 나는 날
나의 피부는 젖냄새가 났고
진하게 몸짓할 때에
나는 밤과 낮을 춤추었다

숨구멍이 막혀 단풍이 질 때에
나의 피부는 광택을 잃었다

힘들게 타들어가는 붉은잎을 보고
쭈글한 볼때기 힘을 모아
이빨 빠진 사이로 터져 나온다

 

성한 잎이 어디 있냐

안 떨어질 잎이 어디에 있냐

떨어지면 밟히고
귀찮은 존재인 것을

 

어두워져 가는

가을 빛에

그림자는 길어져

희미하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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