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성당 게시판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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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만 [pachira] 쪽지 캡슐

2000-04-27 ㅣ No.1057

오늘 복음 강론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 부할하신 예수님을 만나 뵈었던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예수님의 부활사실을 한 참 전하고 있는 도중에 예수님께서 직접 그들을 찾아 오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놀라 어리둥절한 그들에게 믿음을 주시기 위해서 당신의 오상을 보여주시며, 당신께서 유령이나 환영이 아니라 바로 육신으로 부활하신 분이시라는 것을 믿게 해주시기 위해 만져보게 하시고, 음식까지 잡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후 첫 번째로 하셨던 말씀이 무엇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이란 말씀이셨습니다. 그리고, 주일 새벽 아침에 부활하셔서 처음으로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나타나셨을 때 첫 번째로 하셨던 말씀도 "평안하냐?" 였습니다.

평안함, 평화.. 주님을 잃고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있을 제자들이 어떻게 평안하거나 평화로울 수 있었겠습니까? 아마도 제자들의 마음은 두려움과 공포와 더불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접함으로 인해 더욱 혼란이 가중된 상태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평화"였을 것입니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나타나셔서 첫 번째로 "평화"를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예수님을 믿는 다는 것이 어쩔 때는 어려움과 고통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박해시대 때에만이 아니라 떄로는 다른 종교를 믿는 집안과 혼인관계를 맺었을 때에도, 혹은 우연하게도 영세를 받고난 직후 집안에 우환이 생길 때에도,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불행이 생길 때에도 그 고통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럴 때 분명히 기억해 둘 것이 있습니다. 그 고통과 혼란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신 것이 아니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바로 "평안함"과 "평화"입니다.

그 평안함과 평화를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평화로, 어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라기 보다는 어려움과 고통이 있지만, 그것에 흔들림이 없는 평화, 어려움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넘어서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평화인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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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석촌동 성당에 온지 5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이 웃고, 힘차게 뛰어 다녔습니다. 사제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석촌동 성당의 좋은 분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늘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늘 웃는 모습으로 만나는 모든 분들을 대하려고 했지만, 늦은 밤 방에 들어오면 어깨가 축 처진채 의자에 앉아 한 동안 일어나지 못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저 자신의 능력의 한계가 절실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아침을 맞이하면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려움을 모두 해소해 주시는 평화가 아니라 어려움은 늘 있지만, 그 어려움을 넘어서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시는 평화 말입니다.

요즘 들어 초등부, 중·고등부 학생들의 얼굴이 자주 떠오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받고, 아파하는 우리 청소년들..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려움을 넘어서서 희망할 수 있는 주님의 평화를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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