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이젠 쉬셔도 됩니다.. 교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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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04-06 ㅣ No.417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오랜 투병 끝에 2005년 4월 2일 밤 9시 37분(로마 현지 시간)에 서거하셨답니다. 1978년부터 2005년까지 27년 교황 재위 동안 인류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무진 애를 쓰셨던 분입니다. 인간적으로는 그렇게 큰 인물이 우리 곁에 더 이상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덜어놓고 주님 안에 편안히 쉬시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사실 몇 년전부터 병고와 노쇠로 힘겨워하시면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시는 그분의 모습을 화면으로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럴 바에야 은퇴하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분은 인간의 쇠약함, 병약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심으로써, 인간 존재에는 젊음과 건강만이 아니라 병고와 노쇠도 함께 속해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려 했던 것같습니다. 그분은 인간이 자신의 병고와 노쇠, 죽음을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가를 삶으로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이제는 그분은 더 이상 암살의 위험도, 병고도, 노쇠도, 전쟁도, 슬픔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실 것입니요. 하지만 이제 그분은 세상에 계실 때보다 더 훨씬 더 주님 가까이로 가셨으니, 더욱 더 열열하게 세상과 우리를 위해 주님께 전구해주실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그분을 위해 기도했지만, 이제는 그분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실 것입니다.

디모데오 2서가 전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꼭 맞을 것 같습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날에 정의의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그 월계관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에게뿐만 아니라 다시 오실 주님을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2 디모, 4,7-8).

교황님은 임종을 앞두고 병상에서 힘겹게 몇자 쓰셨답니다.
호흡하는 데에 장애가 기관지를 절개했기 때문에 말씀을 하실
수 없어 글로 쓰셨던 것이지요.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십시요. 울지 말고 기쁘게 기도합시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또 남에게 행복을 빌어줄 수 있다는 것,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 속에서 살아오셨기에 그렇게 하실 수 있었겠지요. 교황님은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그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것을 마지막 순간에 유언으로 우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그분은 마지막 순간에 베드로 성당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강복을 주시려는 듯 힘겹겨 손을 쳐드셨고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아멘'하고 숨을 거두셨답니다.

교황님,
당신의 유언, 잘 기억하겠습니다.
이젠 좋으신 하느님 품에서 편히 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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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87년 가을 로마에서 일반 알현 때 찍은 것입니다. "찬미예수"하고 인사했더니, "찬미예수"라고 말을 받으시고, "Korea?"라고 물으셨지요. / 송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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