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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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3-09 ㅣ No.1141

사순 제1주일(나해. 2003. 3. 9)

                                                제1독서 : 창세 9, 8 ∼ 15

                                                제2독서 : 1베드 3, 18 ∼ 22

                                                복   음 : 마르 1, 12 ∼ 1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한 제자가 스승에게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최대의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요?"하고 물었습니다.  "두려움이다"라고 스승이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오나요?"  "망상에서다."  "망상이란 무엇입니까?"  스승이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피어있는 꽃을 독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응시해야 한다."  "무엇을 응시하라 하십니까?"  제자의 물음에 스승은 "주변에는 독사는커녕 물뱀 한 마리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끝마쳤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십 일 동안 계시면서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흙먼지와 돌멩이만 보이는 광야는 살기 힘든 곳입니다.  오죽했으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노예생활을 한 그곳을 그리워했겠습니까?  광야에서는 도시에서 필요했던 것들이 별 소용이 되지 않으며 짐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생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곳입니다.  광야를 거치고 나서야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광야는 살기 힘든 곳이면서 또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볼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광야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어둔 밤 속에서 총총 빛나는 별빛을 볼 수 있습니다.  광야에서 주저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유혹'.  우리는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고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그 유혹은 어디서 오는 것이겠습니까?  우리의 밖에서 주어지는 것보다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유혹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편해지고 싶은 마음도 유혹입니다.  나를 뽐내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마음도 유혹입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반대되는 서로 나눔과 섬기는 생활을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고 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시야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는 돌아서는 것입니다.  죄에서 돌아서는 것이고, 하느님을 향해 몸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유혹에 빠지고, 죄를 떠날 수 없는 인간은 끊임없이 회개하지 않으면 하느님과 일치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우리에게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라고 외치고 계십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생활의 모든 것을 비워 돌아서서 하느님께 다가오라고 예수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로 쫓겨났다고 주저앉아 울고불고 하지 말고, 마음을 다져먹고 눈을 돌려 하느님을 보라고 하십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하느님을 향해 나가도록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 바로 광야라고 하십니다.

 

  회개하고 돌아선 우리에게 하느님은 오늘 제1독서에서 노아와 계약을 맺듯이 우리에게도 "이제 나는 너희와 너희 후손과 계약을 세운다.  나는 너희와 계약을 세워 다시는 홍수로 모든 동물을 없애 버리지 않을 것이요,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으리라."라고 말씀하시며 계약을 맺으십니다.

 

  공지영씨가 지은 "수도원 기행"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 속에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떠나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계획이 조금 빗나가도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온전히 비워버린다면 우리는 힘들 것도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맡겨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광야에 있는 것처럼 생각될 때 돌아서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우리의 생활에서 돌아설 수 있는 용기를 내어 보십시오.  하느님을 향해 돌아섭시다.  그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를 통해 다른 이들과 나누고 섬기는 생활을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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