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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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7-09-05 ㅣ No.3362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9/5

 

오늘 우리는 지미자 사라 자매님을 주님께 봉헌하는 영결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고인의 자녀 중에 수녀님이 계신데, 어머님께 편지를 쓰셨습니다.

 

엄마, 우리엄마. 이제 누가 수녀~’ 라며 나를 불러줄까요. 이제 누가 등을 토닥여 주고 손을 꼭 잡아주며 괜찮다! 괜찮다!’ 내 편을 들어줄까요.

딸 둘에 아들 둘이라, 하나는 신부, 하나는 수녀로 봉헌하면 좋겠다고 기도하시며 큰 신앙을 선물로 물려주신 엄마. 몇 해 전 어느 날 오랜 시간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셨지만 이제는 다리도 아프고 힘이 들어 그만 두어야겠다고 슬픈 목소리로 속상해 하심 수화기 너머로 아쉬움을 전 하시던 날. 저는 다리가 아프면 회합 때 제대로 기도하겠느냐?’, 활동이나 할 수 있겠냐?’, ‘그만 두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맞는 말을,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했어요.

엄마! 다리가 아파요? 얼마나 아픈데요? 병원 가셨어요?...... 라고 늘 엄마가 우리에게 괜찮다.’ 라고 내 편을 들어주셨던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어야 했는데, 나는 엄마에게 고지식한 수녀였어요. 참지 못할 고통 중에도 우리들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신 엄마는 당신의 아픔과 괴로움보다 자식들이 힘들까 노심초사 마음을 졸이셨지요.

전화를 걸면 엄마는 늘 저희들에게 바쁘지?’ 묻곤 하셨지요. ‘미안해요, 수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라고 미안해하시던 엄마 저는 늘 엄마에게만 바쁜 딸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데 왜 그리 서둘러 가셨는지! 몇 일 전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시면서 수녀, 나는 요즘 축복의 기도가 줄줄 나와요~.’ 하시며 기도체험을 나눠주셨지요.

저희들 때론 엄마의 부재로 길 잃고, 넘어지고, 부딪혀 아플 때도 있겠지만, 엄마가 저희에게 선물로 주신 믿음 안에서 씩씩하게 걸어갈께요. 서로 축복하면서...... 엄마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부족한, 모자란 마음들을 나누며 살아갈께요.

엄마, 사랑합니다.

우리들의 엄마. 엄마. 고맙습니다.“

 

어느 자녀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성직자 수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 집안을 떠나 온 우리들에게는 집에서 전화왔다.“ 는 말을 전해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혹시 부모님이 어디 아프시거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며 두근거립니다. 집에 계시면 찾아가야만 뵙게 되고, 그래서 늘 마음에 걸려 어딘지 모르게 죄스러운데, 이렇게 하늘의 불림을 받아가시면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가 기도할 때마다 기억할 때마다 뵐 수 있으니 어느 면에서는 다행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가면 보호자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요한 16,7) 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언제 어디서나 영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니 말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하늘로 오르는 지미자 사라 자매님을 기꺼이 받아주시고 그 영혼을 주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다 못해드렸던 그 모든 것을 주님께서 대신 다 갚아주시고 채워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주님, 지미자 사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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