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끊지 말고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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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2-19 ㅣ No.1166

음력 시월 여드렛날 다시 중사자암으로 와 있으려니 사람들이 모여 긴장한 듯 말했다.

"며칠 있으면 호랑이 스님이 온다" 고.

열 사흗날, 마치 산 달마처럼 생긴 스님 한 분이 오셨는데 내 은사스님이 된 금오 스님이었다.

그 해 시월 보름. 여남은 명의 스님들이 금오스님을 조실스님으로 모시고 결제에 들었다.

식구도 많지 않으니 행자라고는 나 뿐이었다.

어릴 때부터 머리를 땋거나 기른 적이 없으니 삭발할 머리도 없었고,

절에서 내준 헌 옷을 입고 공양간에 들어가는 것으로 행자 생활이 시작되었다.

금오스님은 늘 "중은 모름지기 선방에서 참선 정진해야 한다.

글부터 배우면 사람 버린다." 고 말씀하셨다..

그렇듯 손수 정신에 모범을 보이시며 무서울 정도로 대중들을 정책한 분이었으며, 또한 후학들을 위한 마음씀이 참으로 세밀했다.

어느 날 우체부가 배달한 소포를 받고 누군가가 소포를 묶은 끈을 가위로 끊으려고 하자 그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끊지 말고 풀어라.

그렇게 ’툭’ 끊어 버릇하면 마음도 그렇게 된다.

맺힌 것은 풀어야 하느니라.."

금오스님께서는 물건을 싸서 묶을 때에도 꼭 고를 내어 풀기 쉽도록 했다.

끈이 짧더라도 꼭 고를 내게 했는데, 출가해서 쉰 해 가까이 되는 나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가 무엇이든 풀지 않고 끊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참 안되었다.

물론 나도 물건을 묶을 땐 풀기 쉽게 고를 내어 놓는다...

 

좋은 생각 / (나의 행자시절 - 탄성스님의 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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