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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 상무님 우리 상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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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산 [lptl] 쪽지 캡슐

2000-03-28 ㅣ No.899

술과 연을 끊은지 어언 9일째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무언가 작은 족적이라도 남기고자

 

이곳을 방문하였고

 

그동안의 게시판을 보아하니

 

축하해줄일도 있고 감동스런 이야기도 있지만

 

황사에 지치고 찌뿌둥한 날에 짜증난 우리 젊은이들에게

 

작은 웃음을 주고자

 

체면 불구하고 몇자 적어볼까 하오니

 

만약 웃기지도 않는데 꼴갑 떤거라면

 

다음번엔 웃겨주겠지하고

 

이해하시라

 

그럼 지금부터

 

몇일전 있었던 우리 회사 상무님의

 

웃지못할 야사를 공개하노니

 

미리 상무님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심심한 사과를 드리는 바이다

 

 

 

주제1.  상무님땜에 짤릴뻔 했다

 

난 영업사원이다

 

다시말해 제품을 팔아야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

 

그래서 평소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 상무님 (성은 박이라고 한다) 역시

 

그 나이에 아직도 영업사원을 자처한다

 

난 그런 상무님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영업을 하다보면 근무시간에 잠시, 아주 잠시,

 

어쩌다 한두번, 일년에 한두번...

 

소위 땡땡이를 감행할때가 있다

 

위에서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어느날 우리 부서원 몇명은 큰 결심을 하고 상무님이 이끄시는대로

 

산좋고 물좋은 곳에서 부서원끼리 영업을 하고있었다

 

오고가는 현찰속에 싹트는 부서원들의 화목~

 

정말 보기에 참 좋았다

 

우리 상무님도 뭐가 그리 즐거우신지 우리보다 더 난리중이었다

 

사건은 지금부터...

 

나는 상무님과 한조가 된덕에 아주 무참히 깨지던 중이었다

 

귀신도 울고갈 그 실력...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을때 상무님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시면서도 게임은 계속 하신다

 

그러고도 계속 WIN 이다

 

전화 내용을 듣자하니 우리 사장님인거 같았다

 

우리들은 일제히 긴장속에 조심조심 살금살금 게임을 진행했다

 

하지만 상무님은 이번판도 또 이기고 있다

 

원고! (손가락으로 바닥에 쓰신다)

 

아~ 대단하다 전화하면서 게임하면서...

 

투고! (역시 두손가락을 펼쳐보이셨다)

 

이거 우린 완전히 바보들이구만...

 

사장님과 전화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당해야 하다니...

 

비참했다

 

그러나 소리칠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인정하고 계속 진행했다

 

여기서 그쳐주길 바라면서...

 

근데... 우리 상무님 흥분하신거 같다

 

쓰리고! (전화기에 대고 큰소리로 외치셨다)

 

우린 급작스런 돌발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날 회사에서 우리들은 모두 박살이 났다

 

우리 회사에 기록될 또하나의 전설을 만든 순간이었으니...

 

그래도 난 우리 상무님이 좋다

 

 

주제2.  아무도 못말려

 

우리 회사는 예술의전당 부근에 있다

 

어느날 난 상무님을 모시고 종로2가에 가는 중이었다

 

상무님은 차에 타시면 1분내로 코를 고실정도로 잠이 많으셨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남성모병원을 지나 막 반포대교로 진입할즈음

 

또 상무님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소리에 바로 정색을 하신다 (목소리도)

 

"어이구 사장님 반갑습니다"

 

이번엔 거래처 사장인가 보다

 

"잘 지내셨읍니까? 요새 장사는 잘 되시지요?"

 

아주 화기애애하다

 

"어쩌구... 저쩌구... 이럭쿵... 저럭쿵..."

 

"근데 무슨일로 전화주셨어요?"

 

본론이 나오나 보다 (참고로 난 운전중이었다)

 

"아~ 세금계산서요? 그거 지난번에 발행해 드렸는데..."

 

"못받았어요? 그럴리가 없는데..."

 

"미스 김에게 전해줬는데 이상하네요?"

 

"미스 김이 누구냐니요?"

 

"사장님 경리직원 있잖아요"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어...?"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근데 누구세요?"

 

"아무개악기 사장님 아니세요?"

 

또 적막이 잠시 흘렀다

 

상무님 표정이 다시 졸려오기 시작했다

 

"전화 잘못거셨습니다"

 

난 하마터면 한강으로 추락할뻔했다

 

 

 

 

이상 오늘은 두가지만 말했다

 

난 회사가 즐겁다

 

이런 상무님이 내곁에 계시다는게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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