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성당 게시판

황당했던 홈페이지 시사회 뒷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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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태 [nwspring] 쪽지 캡슐

2001-04-12 ㅣ No.884

홈페이지제작팀의 팀장 서원태 종원아오스딩입니다.

 

기성세대(사목위원회)의 불신을 받아가면서 어렵게 어렵게

홈페이지 제작을 시작하여 아직 초라하지만(저희 계획의 1/10)

 소기의 성과를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청년들을 이끌며 작업한 저는 하느님 성전에 교회를 세워

봉헌하시는 신부님의 기분을 조금은 맛볼수 있는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였습니다.

 

저희 청년들은 벽돌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홈페이지의

글자하나, 그림하나, 아이콘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작업진행이 더디어 일정에 맞추어 대충대충 넘어가자는 본인의 강압에도 불구하고

같은 작업을 수십번 반복하고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성당의 미래가, 나라의 미래가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위안과 격려를 받곤

했습니다.

이렇게 하루 이틀이 아닌

한달여 기간을 각기 낮의 생업을 마치고 저녁이면 성당에와서

추위와 외로움과 싸워가며 밤새워 작업을 해왔습니다.

 

모임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택시를 타고 달려오고

작업할 컴퓨터들을 각자가 준비하여 가져오고

주말에 시간이 허락되는 본인을 위해서 황금같은 토요일밤마다 철야작업을

기꺼이 감수해주던 그들의 모습에서 성당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니 예수의 부활을 볼 수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 예수님이 생전에 환대를 받고 결국에는 냉대를 받았듯이

시사회에서 호산나를 외치시던 그 많은 사목위원님들은

뒷풀이에 한 분도 안 보이시더군요.

홍보분과위원회만의 잔치였습니까?

성당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청년들이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에 섰습니다.

장한 그들의 기개와 노력과 봉사에 그동안의 불신과 냉대를

씻어줄수 있는 멋진 부활의 자리가 아니었습니까?

기대하고 기대했던

뒷풀이의 잔치가 마치 골고다 언덕위의 십자가가 연상되더군요.

 

 

제가 받았던 모욕은 차치하고서라도

청년들이 감수해야 했던 불신에 어느 누구도 나서서

씻어주시지 않더군요.

지도위원으로 시사회 무대에 섰던 저는 뒷풀이에서 저희 청년들을

자랑하고 그들의 상처를 그분들의 잔(?)을 통해서 어루만져주고

싶었습니다.

 

 

썰렁했던 뒷풀이 --!

예수님이 느끼셨던 비애를 저희 청년들이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니

예수님이 십자가의 절망을 딛고 부활하셨듯이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저희 청년들이

그상처를 딛고 부활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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