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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용 [choayong] 쪽지 캡슐

2001-08-04 ㅣ No.1843

게시자: 양승국(ystefano) 어떤 신부님을 원하십니까?

게시일: 2001-08-03 22:21:17

본문크기: 8 K bytes 번호: 2633 조회/추천: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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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모든 본당 사제들의 수호성인이신 비안네 신부님(1786-1859)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저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쌩 삐에르가 지은 비안네 신부님의 일대기 "아르스의 성자"란 성인전을 서고에서 꺼내 손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대충 알고 있듯이 사제가 되기까지 비안네 신부님의 성소여정은 그야말로 험난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당시 사제지망자들에게 있어 라틴어의 중요성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신학교의 모든 수업이 라틴어로 진행되었고, 학기말 시험 역시 라틴어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불행하게도 비안네신학생은 이 라틴어 실력이 유독 부족했습니다.

 

라틴어로 인해 비안네 신학생이 받았던 서러움, 흘렸던 눈물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비안네 신학생이 스무살 되던 해였습니다. 라틴어 때문에 너무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비안네가 자기보다 나이가 여덟살이나 적었던 마티아 로라스란 아이에게 라틴어 번역을 하는데 도움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비안네가 잘안돌아가는 머리로 라틴어 문장 하나를 붙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비안네가 너무 오래 시간을 끌자 마티스 로라스란 아이는 그만 이성을 잃고 비안네의 뺨을 세게 때렸습니다.

 

그 순간 비안네는 끓어오르는 모욕감과 격렬한 분노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머리 뚜껑이 활짝 열려 김이 막 오르기 시작했지만, 비안네 특유의 영웅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나이가 여덟살이나 작은 소년 앞에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당시 비안네의 뺨을 때렸던 마티스 로라스란 소년은 그런 비안네의 모습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습니다. 즉시 비안네를 일으켜 세우고 자기 품에 안아 주었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의 우정은 평생 지속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제가 된 비안네가 평생 사목하게 될 아르스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지 마자 그를 괴롭힌 것은 사제관이었습니다. 자신에게 과분한 여러개의 방과 사무실, 불필요한 가구들이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비안네는 거의 모든 가구들을 없애기 시작했습니다. 비단으로 치장된 의자들, 안락의자, 고상한 식탁, 두개의 침대, 이불, 메트리스 등등 아르스성의 여주인으로부터 빌렸던 모든 물건들을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발레 신부가 유산으로 남겨준 나무 침대와 몇권의 책들과 몇벌의 누더기 옷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사제관에 들여온 물건이라곤 그가 평생 사용했던 작고 낡은 나무 침대 하나, 두개의 낡은 테이불, 옷장 두개, 짚으로 엮어 만든 의자 두개뿐이었습니다.

 

사제관 응접실은 재목을 쌓아두는 창고로 바뀌었고, 자신은 세개의 방 가운데 하나만 사용했습니다. 사시사철 꽃이다 화분이다 화려했던 사제관 안마당은 그야말로 황량했습니다.

 

비안네 신부가 아르스 본당에 부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제관을 방문했던 한 신자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유령의 거처인가 했습니다. 여기에 누군가가 산다고는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비안네 신부님의 축일에 참으로 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분은 한평생 단지 세번만 자신의 본당을 잠시 비웠었는데, 그것도 잠시 수도원에 다녀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하루 온종일 자신의 본당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일했던 착한 목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본당 신자들의 영혼을 구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땅위에도 아르스의 성자처럼 헌신적으로 사목하고 계신 많은 본당 사제들이 계심에 감사드립시다. 그리고 그분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은총 상태에서 열심히 사목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본당 신부님의 모습을 원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이런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1. 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늘 문을 열어놓아도 걱정이 없는 사제.

 

2. 생긴 모습대로 솔직하게 사는 사제.

 

3. 많은 일보다는 꼭 해야할 일을 정성껏 하는 사제.

 

4. 우리들의 친구같은 인간미 넘치는 사제.

 

5. 명령하기 보다 경청하는 사제.

 

6. 오로지 교회 안에서 사랑하고, 오로지 교회와 더불어 느끼고 살며, 때로 교회를 대신해서 말씀을 선포하는 사제.

 

그러나 꿈들 깨십시오. 이런 사제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혹시 극우성 유전자들을 조작한다면 몰라도!!!

 

아............ 예..........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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