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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이 찡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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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ria0514] 쪽지 캡슐

2000-11-17 ㅣ No.2491

"형~~~ 하늘은 왜 파래..?"

 

"응.. 그건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파랗게 칠해 놓으셨기 때문이지..."

 

"왜 파랗게 칠했는데..?"

 

"파랑은 사랑의 색이기 때문이야..."

 

"그럼 바다도 그것 때문에 파란거야..?"

 

"아니.. 건 하늘이 심심할까봐 하느님께서 친구하라고 그렇게 하신거야..."

 

"색깔이 같으면 친구가 되는거야..?"

 

"네가 영희랑 놀려면 같은 놀이를 해야지..?"

 

"응..."

 

"그런 것처럼 둘의 색깔도 같은거야..."

 

"우와~~~~~~~형은 정말 모든걸 다 아네. 도대체 형은 그걸 어떻게 다 알아..?"

 

"그건 형이 하느님과 친구이기 때문이지.."

 

"그럼 나도 하느님과 친구하면 모든걸 다 알 수 있어..?"

 

"그래..."

 

"이야 나도 그럼 형처럼 천재가 되겠네...헤헤"

 

우리 형은 천재다...

 

아빠. 엄마도 모르는 걸 형은 다 알고 있다...

 

형은 늘 형보다 더 많은 걸 아는 사람이 있다 했다...

 

형이 그러는 걸 보면 세상엔 정말 천재가 많은가 보다...

 

그치만 내 주변엔 형보다 많은걸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리 아빠, 엄마는 물론이고 우리 유치원 선생님도...

 

형만큼 똑똑하진 않다...

 

그분들은 언제나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글쎄... 넌 왜 애가 항상 이상한 것만 물어오고 그러니.." 라며 핀잔만 하니까...

 

아마도 그분들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나보다...

 

그래...

 

자신들의 체면이 깎인단 얘길 했던것 같다...

 

체면은 참 비싼 것인가보다...

 

많은 사람들이 깎이지 않을려고 그러는 걸 보면...

 

참, 내일은 형한테 체면이 뭔지 물어봐야겠다...헤헤~~~

 

우리 옆집에는 예쁜 영희가 산다...

 

영희는 장차 나의 신부가 될거다...히히~~~

 

우린 이미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근데 영희랑 어제 싸웠다... 씨~~~

 

영희가 우리형더러 바보라고 놀렸다...

 

난 아니라고 했지만...

 

영희는 우리형이 꼴찌라며 바보라 그랬다...

 

꼴찌가 뭔지 몰라도 그리 좋은게 아니란 건 틀림없다...

 

그러니 우리형을 바보라 그러지...

 

영희는 참 나쁘다...

 

다신 영희랑 안 놀거라며 하늘에 맹세했다...

 

근데... 영희랑 안놀면 영희가 내 신부가 될 수 없는데... 어쩌지..?

 

형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넌 이걸 성적표라고 들고왔니..?"

 

"....."

 

엄마 목소리가 커진걸보니 형이 또 성적표란 걸 들고 왔나보다... 난 성적표가 싫다...

 

엄만 그 이상한 종이 조각에 찍혀나오는 숫자가... 늘 많다고 뭐라그런다...

 

이상하다...

 

분명 수는 클수록 좋은건데...

 

돈만해도 100원보단 1000원이 더 좋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 엄만 형만큼 똑똑하지 않은가보다...

 

형이 알고 있는 그 많은 것들은 알려하지도 않은 채...

 

그 종이 조각만 보고 형을 혼내는 걸 보면...

 

언젠가 엄마 몰래 형의 그 성적표란 걸 본적이 있다...

 

"등수 : 53/54"

 

아하~~~

 

그러고 보니 형이 혼난 이유를 알 것 같다...

 

분명 54등을 놓쳤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내가 봐도 아쉽다...

 

다음엔 형이 54등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형...꼴찌가 뭐야..?"

 

엄마에게 야단 맞은 형이 들어오자 난 형을 보고 물었다...

 

"그건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뒤..?"

 

"그래...앞이 아닌 뒤에서 앞에있는 모든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그럼 꼴찌가 안좋은거야..?"

 

"글쎄..."

 

어...처음이다...

 

형이 글쎄라고 말한건 처음이다...

 

햐~~~ 형도 모르는 게 있구나...

 

"많은 사람들이 안좋다고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그럼..?"

 

"어차피 누가해도 해야 하는 거라면 내가 하는 것도 괜찮지 뭐..."

 

"왜 형이 하는데..?"

 

"그건 다들 싫어하기 때문이지.."

 

"음...모르겠다 이번엔.."

 

"언젠가 너도 크면 알게 될거야..."

 

형도 잘 모르는 거니까...

 

나도 잘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참..."참 형...나 어제 영희랑 싸웠다.."

 

"왜..?"

 

"형이 꼴찌라며 바보래...그래서 내가 아니라 그랬지.."

 

"하하..그래서..?"

 

"다신 안 놀거라고 맹세했는데..."

 

"그랬는데..?"

 

"영희는 내 신부가 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해..?"

 

"신부가 되기로 한 약속이 먼저니까 맹세는 효력이 없어.."

 

"그래..? 그치만 형보고 바보라 그래서 내가..."

 

"괜찮아... 하느님도 용서하실거야... 약속이 더 중요하잖아.."

 

"그치..? 약속한게 있으니까 지켜야겠지..?"

 

"그럼..."

 

히히...

 

형이 괜찮다 그랬다...

 

그럼 정말 괜찮은 거다 뭐...

 

하긴 정말 약속이 중요하니까...히히~~~

 

내일 아침 일찍 영희랑 또 소꿉놀이해야지...

 

유치원에서 꼴찌가 뭔지 배웠다...

 

그러니까 그건 사람들 중에 가장 바보란 얘기였다... 으앙~~~~~~~~~

 

난 믿을 수 없다...

 

우리 형은 바보가 아니다...

 

형은 아무도 모르는 걸 알고 있다...

 

형은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

 

난 형이 우는 걸 한번도 본적 없다...아니...

 

한번은 본 것 같다...

 

언젠가 밤에 혼자 기도하며 우는 걸 본 적 있다...

 

"형 왜 울어..?"

 

"으응...철수 아직 안잤구나.."

 

"응 근데 왜 울어 형..?"

 

"아니 그냥..."

 

"으앙~~ 가르쳐 줘 형~~~"

 

"아니 형 친구 때문에..."

 

"형 친구가 왜..?"

 

"형 친구가 집을 나갔는데 아직 연락이 없대...그래서 걱정돼서..."

 

"친한 친구야..?"

 

"으..응 그래 친한 친구..."

 

"이름이 뭐야..?"

 

"왜 민수라고 있어.."

 

"아랫동네 사는 그 키 큰 형..?"

 

"그래.."

 

"형 늘 그 형한테 맞고 그랬잖아.."

 

형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형은 바본지도 모르겠다...

 

늘 형을 괴롭히던 사람을 위해 눈물까지 흘려가며 기도하다니...치...

 

나같음 절대 안그런다...

 

그치만...그래도 난 우리 형이 제일 좋다..뭐

 

아니...

 

영희가 좀더 좋은가..?

 

헤~~~~~ 잘 모르겠다...

 

으앙~~~~~~~~~~

 

형이 병원에 누워 있댄다...

 

엄마가 방금 병원으로 가셨다...

 

교통 사고라는 거라고 영희가 그랬다...

 

난 아빠가 와야 같이 가는데...

 

영희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랬다...

 

죽는게 뭘까..?

 

형한테 물어봐야겠다...

 

영희는 영영 사라지는 거라 했지만 난 믿을 수 없다...

 

하느님 우리형 데려가지 마요...

 

아빠가 올때까지 울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모두들 이상한 표정으로 우리형을 쳐다본다...

 

정말 싫다...너무 이상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철수야..."

 

형이 부른다... 날 부른다...

 

"형 죽는거야.."

 

"그래... 그런 거 같아..."

 

"형 죽지마... 형 죽으면 싫어..."

 

"너 죽는다는 게 뭔지나 알고 그래..?"

 

"으응~~"

 

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뭔데 형..?"

 

"그건...사랑하는 사람의 맘속에 영원히 남는거야..."

 

"영원히..?"

 

"그래 영원히..."

 

"사랑은 뭔데 그럼..?"

 

"너 영희랑 함께 있으면 좋지..?"

 

"응.."

 

"떨어져 있음 같이 놀고 싶구 그러지..?"

 

"응.."

 

"그런 걸 사랑이라 그러는 거야.."

 

"그럼 나도 형을 사랑하는 거네..."

 

"그럼.."

 

"그러면 형은 이제 내 맘 속에 영원히 함께하는 거네..? "

 

"그래..."

 

"그러면 형은 이제 학교도 안가고 나만 따라 다니는 거야..?"

 

"그래...널... 영원히 지켜보는 거야.."

 

"그럼 영영 가는거 아니지..?"

 

"그래...가서 하느님께 인사만 하고 올께..."

 

"그럼 빨리 갔다 와.."

 

"그래....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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