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4동성당 게시판

가르멜에서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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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륭 [ocdyang] 쪽지 캡슐

1999-10-25 ㅣ No.59

+찬미예수님

 

베드로신부 잘있는지 - - -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니 역시 우리 피는 어쩔수 없구나 생각했지. 무엇인가 주어진 일이 있으면 모든 것을 투신해서 철저히 끝을 내고자 하는 - - -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군.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항상 일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기도이고 또 하느님과의 일치된 삶이라는 것.

 

베드로 신부도 알다시피 내가 건강을 잃었던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닌가 해. 맡겨진 일에 충실히 또 완벽히 하고자 했던 그 못된(?) 성격 때문에 - - -   내 스스로가 내 몸을 상하게 만든 셈이지. 아마도 남들에게 싫은 소리 듣기를 싫어하는 내 잘못된 완벽주의가 빚어낸 결과이겠지. 때로는 어설프고 어눌한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지. 적당한 잘못은 눈감아 줄 수 있고 또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도 적당히 용서를 해 줄 수 있는 사람말이야.

 

항상 자신을 닥달질 하다보니 어디 건강이 제대로 남아날까!

영국에서 한 공부도 한마디로 인성공부, 즉 나의 성격을 - 유치하고도 미성숙된 감성, 감각들을 - 성숙시키는 공부를 했고 어떻게 하면 나 자신에게 그리고 형제들에게 좀 더 부드럽고 너그러워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공부했는데 아직도 그렇지 못한 날 볼 때마다 짜증도 나고 내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어!

 

어쨌든 지금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 ’열 받쳤다’고 말할 수 있지. 오늘 인천 수도원에 돌아와서 한 형제와 작은 감정적 대립에 무딪쳤는데 그것을 잘 풀어볼까 하고 시도한 것이 그만 감정적 폭발로 가버렸지 뭔가! 그동안 배웠던 것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제대로 내 표현도 못하고 단지 쌓아 놓았던 감정만을 폭발시켜 버렸으니 - - - 제때 제때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쌓아놓았던 것이 첫 번째 잘못이지만 말이야. 어쨌든 성격적으로 나와 깊은 관계를 맺기는 참으로 어려운 형제라고 생각되. 나보다는 한 참 후배인데 - - -  신부만 되면 다 그렇게 되는지 - - -  어쨌든 노력해 봐야지. 혹 나로 인해 받은 상처나 상한 감정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 - -

그러면서 또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은 그런 잘못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게 돼. 선배들에게 또 연배되시는 사람들에게 단지 신부라는 타이틀 때문에 예의를 잃고 있지는 않는가 하고 - - -

 

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이런데서 내가 우리 수도원 망신만 시키고 있구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여! 수도원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 어쩔수 없다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일어난다는 사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과하려고 늘 노력한다는 것만은 알아주시길 - - -

 

여하간 신자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목자로서의 네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대견하고 내 동생인 것이 자랑스럽구나. 항상 착한 목자로서 주님께서 네게 맡겨주신 양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주님의 제자되길 바래!

 

그리고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은 네가 게시판에 띠운 글 -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어떻게 하면 음악 화일을 들을 수가 있고 또 어떻게 하면 그런 화일을 만들어서 게시판에 띠울수 있니? 궁금하니까 좀 상세히 알려주길 바래. 그래야 나도 우리 수도회 게시판을 아름답게 꾸며나갈수 있지 않니! 그리고 어떤 곳은 만화 - 움직이는 만화-도 게시판에 올리고 또 그곳을 클릭하면 어떤 글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을 하는 방법도 아니? 알면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자세히 내가 알 수 있는 수준에서 내게 알려주면 고맙겠구나.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까 그래도 쌓였던 화가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아! 그래 화와 스트레스는 쌓아두면 병이되니 어떻게든 발산을 해야지. 건전한 방법으로 말이야! 장욱아! 너도 좋은 방법을 통해서 네 안에 쌓아둔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길 바래!

 

그럼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

 

                       인천 계양산 기슭, 가르멜 수도원에서

 

                               막내 형 도미니꼬 신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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