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나는 무슨 맛의 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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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3-02 ㅣ No.203

찬미예수님, 갑자기 무슨 껌타령인가 싶으신 분들 계시겠지요? 지난 29일 저녁에 '메리 삼일절'이라는 메세지를 레지오 단원들의 휴대전화로 보냈습니다. 오해는 없으시기를... 제가 설마 삼일절의 숭고한 뜻을 몰랐겠습니까? 다만 한주의 고비인 수요일을 이리저리 방바닥을 굴러 다니며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서 자축하는 의미였지요. 어쨌거나 부단장님과 서기님과 우영씨한테 보내면서도 뭐 굳이 회신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어요. 퇴근시간을 십분 남겨두고 시계를 노려보며 시간 좀 때우려고 보내는거라 별 기대는 없었는데 우영씨가 재빨리 말하자면,'You, too'라는 식의 답신을 보내주었더군요. 그래서 저도 웃었지요. 반응에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상대적으로 무응답이신 두분이 갑자기 두배는 야속하게 느껴지는거 있죠? 적어도 'U2'는 해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우리 부단장님은 지난주에 전화도 삼송사의 아니콜(?)로 바꾸었다고 자랑을 하시더니 아마도 '메세지맹'이신 모양입니다. (혹시 아직 읽어보시지도 못하신건 아닐까요?^^) 이런 것이 속된말로 '씹혔다'는 경우 아닌가요? 덕분에 껌이 되고보니 껌이라고 치고 나는 무슨 맛일까 생각해 보았지요. 아직은 포장지에 싸인채 남아있는 '새 껌'이라고 우기고 말이지요. 제 몸에 담고있는 맛과 향이 알싸한 치약향인지, 달콤한 과일향인지, 은근한 커피향인지 제 자신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혹시 벌써 인삼껌? --;;) 결혼을 해서든 아기를 낳아서든, 혹은 단지 나이를 먹어서든 저의 향기도 단물도 빠져 아무것도 느끼게 해줄 수 없는 날이 오겠지요. 그 시간이 두렵기는 하지만 무작정 피하려고 낡은 포장지에 덧칠할 궁리만을 하며 살고싶지는 않습니다. 향기가 사라지고 단맛이 빠져나가도 아스팔트 위에 버려져 납작하게 밟힌채 추한 모습으로 버려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에는 처음에 나를 감싸고 있던 포장지에 다시 감싸여, 이미 그 종이는 구겨지고 더려워졌을 터이지만, 알맞은 곳에 버려지고 싶습니다. 대단한 가치를 지니지 못한 껌에 불과하더라도 추한 모습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없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돌보아 주십사하고 오늘도 기도 드립니다. 아무것도 아닌 '건수'를 가지고 오늘의 점심시간도 재밌게 보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이겠지요?^^ 덧붙이자면 제가 알고있는 가장 예쁜 '껌'은 작은 조카 규태랍니다. 제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두살배기 별명이 바로 '껌'이거든요. 나머지 한주 마무리 잘하세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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