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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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3-31 ㅣ No.244

그저께 꿈에 나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공항에 서 있었다. 잠들기 전에 들었던 장엄한 그레고리안 성가 때문이었는지 꿈속에서의 내 표정은 자뭇 비장했다. 신용의 한도액이래야 미화 몇천불 정도인 카드 한장을 들고 나서는 것이 현실세계의 나와 별차이가 없었다. 도무지 버려지지 않는 미련에 대한 내 나름의 처방이 떠나는 것이었을까... 누가 가방까지 싸준대도 의사소통 문제에 겁을 먹고 주저앉을 나라면 내가 가고자하는 곳은 제주도 쯤이나 되었을까... 아니 한달이라도 버텨보려면 대륙에 골고루 흩어진 사촌들 정도는 총 동원이 되야겠지... 눈물을 펑펑 쏟아도 흉이 되지않을 핑계하나만 찾게 된다면 좋겠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야 하는 날이지만 십사처를 돌다가 눈물을 흘린대도 그것이 깊은 신앙심이 아닌 '어찌하오리까?'하는 투정일 것이기에 많이 망설여지기만 한다. 이 소심함은 도무지 이 한가지를 놓지 못하니 그것도 기막히는데다가 누가 다시 묻는다면 홀랑 쏟아내고 말까 또 겁을 내니 요즘처럼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모처럼만의 일인듯 싶다. 무얼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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