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일원동에도 아직까지 이런 가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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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문 [masthur] 쪽지 캡슐

2001-11-30 ㅣ No.1871

  남편이 양복 주머니에서 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꺼냅니다.

 무슨 돈이냐며 묻는 아내에게 남편은 자기의 비상금이었는데

 당신의 핼쓱한 모습이 안스럽다며 내일 몰래 혼자 고기뷔페에

 가서 소고기 실컷 먹고 오라고 주었습니다.

 

 만원짜리 한 장을 펴서 쥐어주는 남편을 바라보던

 아내의 눈가엔 물기가...

 "여보.. 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어젯밤 남편에게서 만원을 받은 아내는 뷔페에 가지 못했습니다.

 못먹고 산지 하루 이틀도 아닌데..

 노인정에 다니시는 시아버지께서 며칠째 맘이 편찮으신 모양입니다.

 아내는 앞치마에서 그 만원을 꺼내 노인정에 가시는

 시아버지 손에 쥐어드렸습니다.

 "아버님.. 만원이예요.. 제대로 용돈 한 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

 작지만 이 돈으로 신세 진 친구분들하고 약주 나누세요.."

 

 시아버지는 너무나 며느리가 고마웠습니다.

 시아버지는 어려운 살림 힘겹게 끌어 나가는

 며느리가 보기 안스럽습니다.

 시아버지는 그 돈 만원을 쓰지 못하고 노인정에

 가서 실컨 자랑만 했습니다.

 "여보게들! 울며느리가 오늘 용돈 빵빵하게 줬다네~~"

 그리고 그 돈을 장롱 깊숙한 곳에 두었습니다.

 

 다음 해 설날..

 할아버지는 손녀의 세배를 받습니다. 기우뚱거리며 절을 합니다.

 주먹만한것이 이제는 훌쩍자라 내년엔 학교에 간답니다.

 할아버니는 손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습니다.

 오냐.. 하고 절을 받으신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놓은

 그 만원을 손녀에게 세배돈으로 줍니다.

 " 할아버지.~~ 고맙습니다아~~~"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외동딸 지연이는 마냥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세배돈을 받은 지연이는 부엌에서 손님상을

 차리는 엄마를 불러냅니다.

 "엄마.. 책가방 얼마야??"

 엄마는 딸의 속을 알겠다는 듯 빙긋 웃습니다.

 "왜? 우리 지연이 학교 가고 싶니??"

 지연이는 엄마에게 할아버지에게서 세배돈으로

 받은 만원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엄마한테 맡길래.. 내년에 나 예쁜 책가방 사줘어??"

 

 요즘 남편이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안하던 잠꼬대까지..

 아침에 싸주는 도시락 반찬이 매일 신김치쪼가리 뿐이라..

 아내는 조용히 일어나 남편 양복 속주머니에

 낮에 딸 지연이가 맡긴 만원을 넣어 둡니다.

 [여보 내일 좋은 것 사서 드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 글을 옮겨쓰고 나서

 

 이 가족에게 만원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얼마의 돈이 서로 오고 간 것일까요?

 하지만 그 돈은 결국 남편에게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네요... -_-...

 아마 다시 돌겠죠... 결국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는 만원이 될거구요..

 가족이란 참으로 따뜻한 단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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