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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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미 [lusia0502] 쪽지 캡슐

2000-12-31 ㅣ No.4046

기억 하시나요...?

지난해 5월20일 대구 동구 효목동 집앞 골목길에서 정체불명의 괴한으로부터 황산테러를

당해 온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던 김태완(당시 6세)군 사건을...

아직도 범인은 잡히지 않은채 미궁에 빠져 있답니다...

태환군의 어머니께서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이란 제목으로

글사랑(감동이야기)에 직접 글을 올리시고 계십니다.....

 

 [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1 ]

 

눈을 감는다.

그 애의 병원모습이 눈에 박힌다.

너무나 의연했던 내 아이 태완 이......

그 아이 흔적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500원 짜리 조립품을 10개의 손가락으로 꼼지락 꼼지락 맞춰 로봇을 만들어 씨-익 웃어 보이던

그 아이.

길을 걸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항상 묻어나던 그 아이의 내음 새가......

. 어제의 그 길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데, 그 아이만이 없다.

내 아이였었나? 내가 엄마였었나, 그 애가 없다는 게 진실인가.

지금이 꿈인가, 그 아이 존재가 꿈인가? 입가에 웃음을 띠며 생각해 본다.

이 세상은 왜 이런가? 무엇이 꿈이든 그 애는 한줌의 재로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

확인을 위해? 사진을 꺼내 본다. 태완 인 여전히 웃음으로 날보고 있는데....

가슴 터질 듯 한 목마름으로 완이 의 기억을 되살린다.

태완 이의 해맑은 꿈을 훔쳐간 그는 이 세상에서 아무렇지 않은 웃음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데..., 마치 자신의 크나큰 죄악이 한 마리의 나비를 없앤 것 만한 잘못도 아닌 것처럼....

이 세상엔 진실로 죄에 대한 하늘의 징벌은 없는 건가?

죄에 대한 벌은 어떤 형식으로든 받는다고 믿고 왔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건가?

억울함 보담 어린 내 아이 그 영혼에 더한 죄스러움이 밀린다.첫번째-1

나쁜 사람 잡아 꼭 사과하게 해 주겠다던 마지막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한 무능력한 부모의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길을 걸으며 언제나 웃음을 띤 다.

하늘 저편에서 우리 완이 가 엄마를 보고 있을 것만 같아, 우울한 얼굴을 할 수가 없다.

그 애는 웃고 있는데 엄마인 나는 바보처럼 울고 있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혼자 있는 건만도

두려울 텐데...

마지막 죽음으로 가던 태완 이는 너무나 고요했다. 남은 가족의 슬픔을 가벼이 들어 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 깜깜한 어두움 속에서 아빠의 손을 꼭 잡아 자식을 눈앞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의 두려움을 없애 주었다. 아빠가 말했었다.

 

"태완 아, 아빠가 나쁜 사람 잡아서 꼭 혼내 줄게". 엄마가 말했었다.

",태완 아 나쁜 그 사람, 꼭 태완 이 한 테 사과하게 해 줄 께. "고개를 끄덕였다.

 

힘겨운 숨쉬기가 끝이 날려 할 때, 의사 분 들 의 심장 소생 술이 몇 차례 이어졌다.

가여운 그 쪼끄만 가슴이 사정없이 짓 눌렸다.

숨이 막힐 것 만 같았다. 아이의 몸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아이의 얼굴과 몸은 점점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간다. 혈액이 응고되지 않아 마치 분수처럼 쏫구

쳤다. 심장을 누를 때마다 기다린 듯 피는 아이를 물들게 하고... 그 붉은 빛은 무서우리 만치

고왔다.

아빠는 힘겹게 의사 분의 손을 당 겨 고개를 가로 저었다, 더 이상의 고통은 주고 싶지가 않

았다,.

.아빠의 두 눈엔 굵은 빗줄기가 소리 없이 뚝뚝 흐른다.

엄마는 태완 이의 귓가에 작 게 ,아주 작 게 속삭인다.

" 태완 아 마음 편히 잘 가, 엄마도, 아빠도, 형 아도 조금 있다 니 가 간 곳으로 갈게".

".............."

" 태완 아 ,그 곳은 마음의 눈으로 보면 된단다. 무서워하지마, 무서워하지마. 우리 태완 이

먼저 가 있어 나중에 다시 만 나 자. 잘 가 잘 가 잘 가......"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아이는 그 말을 마치자 기다린 듯 고르게 고르게 숨을 거두어 갔다.

살아있음이 그 아이에게도 고통일 것 같았던 엄마, 아빠의 마음을 그 애는 알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 마음을 그 애는 알까?

. .마지막 가는 걸 음 그렇게 사랑하는 아빠도, 엄마도, 형아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체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49일을 그렇게 있다, 홀연히 떠나갔다.

누구의 잘못이든 그 아이가 견디기엔 너무나 힘겨운 고통이었다 .

이렇게 세월이 가면 모두들 잊혀 지겠지.

그런 아이가 있었는지,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었는지.......

지켜주지 못한 약속......

이 세상 다 하는 그 날 그 아이 만 나면 무슨 말을 할까?

태완 인 그냥 잊혀진 아이가 되고 마는 걸까? 억울한 죽음만을 간직 한 체......

 

[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2 ]

 

5월20일 아침

타임머신이 있다면......

떠올리기가 두렵다. 가슴에 쏴 아 아ㅡ 찬바람이 밀린다.

엄마는 잠자리에 있는 아이를 깨웠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학습지 공부를 보내기 위해... .

새벽에 퇴근해 잠든 아빠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앉아있다.

뭘 생각 한 걸까?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해 라면을 끓여 엄마랑 나눠 먹었다.

마지막 아침을.

 

아이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는 이모가

"우리 태완 이 아니냐". 한다.

"아니야 ".

엄마는 아이가 아닐 거라 한다. ’공부방에 거의 다 갔을 시간인데...’

또 한번의 비명이 들렸다. 고통에의 그 소리.

"저거 태완 이 아니가". 한다.

" 태완 이 엄마, 태완 이 아니가".

뛰쳐 나 갔다. 무옌가 홀린 듯. 웬 아이가 전봇대에 기대고 주저앉아있다.

’ 내 아이 아니야, 아니야.’

머리와 눈썹이 그슬린 듯 희미하게 이상히 말라붙어 있다.

가스 불에 잔털이 타면 저 모습이리라. 들여다봤다.’ 내 아이 태완 인 아닌데?...’

아침에 곱게 입혀 보낸 하얀 옷 한 벌이

반쯤 없어진 형태로 아이의 몸에 남아 있다.

저 고왔던 하얀 옷은 우리 태완 이 옷이 분명 한데......

집에서 나 가 엄마 눈에서 벗 어 난지 10여분 의 시간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몸서리 쳐진다.

"태완 아 "부르니,

" 뜨겁다". 했다. 이모와 엄마는 정신 없이 동네 길을 왔다, 갔다 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집 앞10여 미터를 뛰어 다니며,남자를 찾았다

. 매일 보이던 사람들이 그 날 그 시간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 휘 엉 한 그 골목길의 그 날의 그 느낌 .

그 날의 해님은 유난히 맑게 빛이 났지만,

우리 가슴엔 그 때부터 영원히 밝아지지 않을 암흑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병원에 옮겨졌다. 약품을 뒤집어썼다고 외쳤다.

응급처치?

그건 물로 씻어 내는 거였다..

떨고 서있는 엄마를 누군가 밖으로 내 보낸다.

아이 곁에 못 가게 한다.

 

병원 응급실 밖 바닥을 손으로 긁으며,

엄마는 짐승의 소리를 내고있었다.

누군가 옆에서 이렇게 내뱉는다.

"강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무엇이 강하단 말일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엄마는

"내가 엄만데,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해".

허우적거리며 아이에게 갔다.

아이는 온몸이 퉁퉁 부어 올라 엄마 앞에 누워 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일까?

아이는 눈을 반쯤 떠있다. 눈동자의 움직임도 없다.

"태완 아 ,태완 아 "목메게 부르니 아이가 고개를 움직인다.

가여운 우리 태완 이의 49일간의 병원 생활은

감지 못한 눈으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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