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나선형 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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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희년이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연중 마지막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다음 주면 벌써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 대림 1주일입니다. 달력을 보더라도 이제 한 장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 느껴지는 때입니다.
가끔 영화를 보다가 나선형 계단을 볼 때가 있습니다. 등대같은 곳에 올라가려면 빙빙 도는 나선형 계단을 오릅니다. 연중 마지막 주일을 지내면서 전례주년에 따른 신앙인의 삶도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선형 계단은 늘 반복되는 공간을 돌고 또 돕니다. 하지만 꼭 같은 공간은 아닙니다. 한 바퀴 돌고나면 한 층 위에 위치하게 됩니다. 매년 반복되는 전례주년에 따라 살고 있는 우리도 일 년 전과는 다른 한 단계 성숙한 자리에 있어야 정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맘 때면 한 단계 성숙한 나선형 계단이 아니라 같은 층을 빙빙 돌고 있는 원형 계단같은 삶을 살았구나 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예년과 비교해서 별로 달라지지 않은, 또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 꼭 제자리만 빙빙 도는 다람쥐 같은 모습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시간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우리의 시간을 성화하고 우리의 시간 속에 하느님의 다스림, 그분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다람쥐처럼 제자리만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느님 나라 건설이 참으로 요원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또 시간은 가고 한 주 후면 대림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다시 그분을 기다리며 희망을 노래하게 됩니다. 그 희망에 다시 기대어 보는 수밖에요. 다가오는 시간은 지나간 시간보다 조금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에 기대를 걸고 살고 싶습니다.
어제 강론 중에 나눈 말씀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다함께 우리가 걸어가는 길을 돌아보며 또 앞으로 갈 길을 분명히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