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늘 오늘 같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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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yourlilac] 쪽지 캡슐

2001-07-03 ㅣ No.1199

     

    드뎌 내일입니다...

     

    우리 학사님께서 부제가 되십니다...  

     

    알고 있는 신부님들 중에 젊은 신부님들께 질문을 했습니다...

     

    부제 서품을 받으면 기분이 어떻냐고 말입니다...

     

    움... 그 분들 한결같은 말씀이 사제서품때 보다도

     

    부제서품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하십니다...

     

    부제부터 정식 성직자로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부제는 미사를 집전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제 서품이 훨씬 더 중요할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 분들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

     

    우리 학사님도 사제 서품을 받을때 부제 서품이 더 기억이 나실까....????

     

    하여간 우리 학사님 좋은 목자가 되시기를 두 손 모아서 기도합니다...

     

    늘 낮은 곳에서 못난 양들을 받쳐 주시길...

     

    학사님.. 늘 오늘 같으소서...

     

                                                

     

     

     

     

     

     

     

    삼룡이라 불리운 거지

     

     

    [거지]란 말은 하는 일없이 동냥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고딩때는 주로 꼬지지한 외모의 학생들에게 거지란 별명을 붙여주는 경우가 많았었죠?

     

    오늘은 조금 특별한 거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 이런 거지.

     

     

    제가 고딩땐 동네에 30살쯤 되보이는 거지가 한사람 있었습니다.

    신발은 튼튼하게는 생겼지만 낡은 워커를 신고 손에 마늘을 항상 들고 다니며

    수시로 까먹는 거지...  

    마늘 먹은 입으로 내 앞에 서서 [돈 돈]할때면 콧속으로 들어오는 매운 냄새.

    머리도 며칠 아니 몇 달을 안 감았는지 검은머리가  

    아예 희게 변한 그 아저씨는 우리 동네의 불쾌함이었습니다.  

     

     

     

    이 아저씨는 주로 우리들의 놀림거리였습니다.

    지퍼를 열어놓고 다니는 거지 아저씨를 보며 우리들은  

     

    우리들: 삼룡아~ 남대문 열렸다~

    아저씨: 히히~ 히히~

    친구넘: (십원짜리 하나를 보이며) 삼룡아~ 돈줄까?

    아저씨: (멍청한 웃음) 응 응 죠라...

    우리들: 어떻게 하나 한 번 던져 봐!!

     

    친구넘이 휙 던진 십원짜리 동전을 마치 어린아이가 좋아서 달려가듯

    깡총깡총 뛰어서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는 [고마워]라며 연신 웃음을 흘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아주 희안한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비가 아주 많이 내려 물난리가 났을 땐데, 방둑에 모래주머니를 쌓는 사람들 틈에

    삼룡이라 불리우는 거지 아저씨가 구슬땀을 흘리며

    모래 주머니를 쌓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아저씨에게 다가가서는...

     

      나  : 삼룡아, 왜 모래주머니를 날러?

    아저씨: 히히~ 나 힘세다고 하래 히히~

     

    결국, 그날 아저씨는 모래주머니를 끝까지 날랐고, 비는 계속 퍼부었습니다.

    드디어, 전기도 끊기고 수도물도 끊긴 무서운 날이 이틀쯤 지속되었을까...?

    더욱 더 희한한 광경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우리 아파트단지 앞에는 [14동]이라 일컫는 10여 가구쯤 되는 판자촌 주민이 살았었는데 그나마 있던 옷가지며 살림살이가 몽땅 물에 잠겼었습니다.

    헌데, 쌀이며, 라면 등을 분주히 날라주는 사람이 다름아닌  

    삼룡이라 불리우는 거지 아저씨였습니다.  

    [수퍼에서 배달도 하네?]란 생각으로 아저씨의 행동을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판자촌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거지 아저씨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  : 아줌마... 삼룡이가 수퍼에 취직했대요?

    아줌마: 요 나쁜 놈! 나이도 어린 녀석이 삼룡이가 뭐야?

      나  : 에이... 다들 그렇게 부르잖아요? 삼룡이는 멍청해서  

            그런 거 몰라요.

    아줌마: (어이없다는 듯) 너보다는 삼룡이가 백배 천배 낫다.

      나  : ?@#$???

    아줌마: 삼룡이가 구걸한 돈으로 우릴 돕겠다고 라면이며  

            음료수며 다 사다준거야. 뭘 알기나 하고 떠들어야지?

     

     

    거지 아저씨는 분주히 라면상자들을 나르고 있었고

    그게 사실인지 확인을 해 봐야 했습니다.

     

      나  : 삼룡아...아니...아저씨...

    아저씨: 응?  

      나  : 진짜루 삼룡...아니 아저씨가 돈 낸거야?  

            아니 내신 거예요?

    아저씨: 히히~ 나 돈 있다. 여기 아줌마들이 돈 많이 줬다.

      나  : 그래두 삼룡...아니 아저씨가 무슨 돈이 있다고...?

    아저씨: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보이며) 봐~ 많지?

      나  : 피~ 그래두 그렇지 여기 사람들만 사람들인가 뭐?

            사주려면 아파트 사람들도 사 줘야지...

    아저씨: (아파트를 가리키며) 저기 사는 사람들보다는  

            여기 사람들이 더 배고프다. 저기 사는 사람들은  

            여기 사람들 얼마나 불쌍한지 모른다...

     

     

    정말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동냥을 하며 모아온 돈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삼룡이라 불리웠던 거지 아저씨...  

    저는 가끔 길에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아저씨가 문득 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떤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배부른 우리보다 더 잘 알았고 행동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그 아저씨의 모습에서 죄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삼룡이라 불리웠던 아저씨...

    이 정도면 조금 특별한 거지가 아닐까요...?

    어딘가에서 마늘을 즐겨 드시고 계실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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