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출근길의 짧은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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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6-21 ㅣ No.383

찬미예수님, 출근하려고 지하철을 타고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를 했습니다. 계속되는 잡념을 잊고 레지오 주회때 묵주기도 일억단 바치기 운동에 보고하기 위해서 시작된 습관입니다. 물론 신심을 다지고 은총을 받기위한 것이지요. 출입구 옆에 바짝 붙어서서 기도를 하던중 누군가 저와 지하철 벽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한걸음 물러서고 보니 십대의 뇌성마비 학생이었습니다. 십칠팔세쯤으로 보이는 그 남학생은 가방을 매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장애가 심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몸을 가누기 힘들었기 때문에 몸을 기댈 곳을 찾은 모양이었습니다. 검게 반사된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은 여전히 놀란 채였고 양미간에는 주름이 잡혀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묵주를 슬그머니 감추고 내가 놀란 이유는 그가 장애자라서가 아니라 갑작스런 그의 출현 때문이었다고 변명했지만 제 스스로도 자신감 없어 보였습니다. 그 학생은 저를 보며 불분명한 발음으로 몇시냐고 물었고 제가 시간을 알려주자 고개까지 숙이며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아주 예쁘게 웃으면서 말입니다. 그 친구는 곧 내렸고 전 그에게 잠시 내어주었던 자리를 차지하며 다시 창에 비친 무표정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몸이 불편할 뿐 지능지수가 정상인과 같아 더욱 견뎌내기 힘들다는 뇌성마비 장애 학생은 그렇게 웃고 있는데 전 비 내리기전 하늘처럼 잔뜩 찌푸려져 있었습니다. 단순논리로 보면 그에 비해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제가 더 크게 밝게 웃어야할 텐데도 말입니다. 언제나 나보다 힘든 사람은 잊고 욕심을 채우지 못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못난 버릇이 여전했습니다. 게다가 그런 모습을 한 이에게 나의 놀라는 모습이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배려도 없이 말입니다. 성모님께 바치는 묵주기도 중에도 마지못해 하는듯한 얼굴이었나 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불행을 노래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한번씩 반성도 하고 애써 내려다보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어떻게 불행한 일이 없고 힘든 때가 없겠습니까? 어리석은 사람들은 나눠보려 하지않고 불행한 마음으로 행복을 줄어들게 하고 쾌락으로 불행을 잊으려고만 합니다. 이런 논리적인 판단을 하고 잊지 않으려고 또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려고 기도하지만 결국에는 아직도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도가 기도가 되지 않고 습관적으로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것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해보며 아울러 마음도 열지 못하는 이 지진아 수준의 믿음을 반성해 보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도는 계속 열심히 할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하는 것은 이 부족한 영혼을 보살펴 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이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의 여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심이 부족해서 기도가 안된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건 겸손도 아니고 또다른 오만이라고 겸손하게 생각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많이 기도해야 한다고 마더 데레사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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