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4동성당 게시판


넘치는 사랑으로... 인쇄
이제수위나 [jesy] 2003-07-02 ㅣ No.1516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임기를 마치고 멋지게 떠나고 싶었지만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 그저 묘하기만 할 뿐입니다. 첫 본당이며 첫 사랑이기에 결코 잊지 못할 추억으로 깊이 간직할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며 이곳에 와서 이토록 큰 사랑을 받았구나 싶어 감사할 줄 모르고 지나온 시간들이 죄스럽게 여겨졌습니다. 봉헌된 몸이기에 그분께서 가라하면 가고 쉬라하면 쉬어야 겠거니... 그러면서도 인간적으로 아쉽고 서운함이 앞을 가립니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음을 실감하며 저는 이 기회에 조용히 쉬기를 청해 봅니다. 오늘은 오전에 구역장회의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단체장 회의이며 사도직 수행의 종지부를 찍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늘 본당을 위해 애쓰시는 우리 어머님들과 작별을 고하며 그동안 쌓였던 정과 사랑의 무게가 눈물을 참기 힘들게 하기에 충분했던 터라 두 손을 모아 쥐고 잘 참고 있었는데 옆에 계신 분이 작은 종이 조각을 건네시더군요. 바로 헌혈증이었습니다. ㅠ..ㅠ 이곳에서 홀로 사랑을 독차지하며 소중하고 값진 많은 체험들을 통해 수도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또 다른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나의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좋은 것만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과연 저는 당신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또 받습니다. 이 죄인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과분한 사랑을 주십니까? 정들기를 거부하며 돌아서려 했건만... 너무들 하십니다. 엄청난 영적 선물들에 폭탄을 맞은 것 같은데 게다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의 섭리하심이 때로는 부담스럽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가 많으니 나'라는 존재가 작게만 느껴지고 참을 수 없는 눈물로 본당 사도직을 마무리 합니다. 그동안 저의 부족함 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사랑으로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저는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충실하지 못했고 신자 분들을 깊이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받기만 하고 줄 주를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사를 표하고자 시작했는데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 .... 감정 정리를 좀 하고, ^^ 저와 함께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여 주신 많은 분들을 기억합니다. 또한 여성구역과 레지오, 사회사목 산하 단체 봉사자들, 특별히 얼마 전에 발족한 푸른회 봉사자들, 나의 꼬득임(?)에 냉담을 풀고 오셨다가 고생하시는 분들, 부족한 저를 믿으시고 상담과 기도를 부탁하신 분들, 사무장님과 직원들, 사목회와 전. 후임 회장님, 마음이 여려 다가오지 못하시고 먼발치에서 함께 하신 분들(제가 다 알아요.) 수도자 성직자를 아끼시는 모든 교우분들, 그리고 나의 든든한 후원자 이셨던 주임 신부님. 많은 분들의 사랑의 기도가 저를 쓰시고자 하시는 주님의 계획인 것 같습니다. 더욱 건강해져서 하느님의 도구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울 신부님 좀 많이 도와주시고요.^^ 하느님 안에서 행복하세요. 늘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할 말이 너무 많아 다 쓰다가는 읽으시는 분들에게 큰 부담을 드릴 것 같아 줄이려고 했는데도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렸군요.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 61 0 추천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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