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4월 23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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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4-23 ㅣ No.25

10:00 - 확성기를 들고 질서유지를 시작했다.

      오늘 00:20분 경내를 둘러 볼 때의 모습보다는 조금 나은 표정이지만 지친 모습이다.

      00:20분 경의 모습들은 조금은 술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공권력이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제 20:00부터 오늘 새벽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00:20경의 성모동산은 이때쯤 은은히 라일락 꽃 향기로 가득차

      있었어야 하는데, 오히리 텁텁한 막걸리의 냄새로 가득차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한마디 따끔하게 항의를 했을 터인데, 법규부장에게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답답하다. 왜 이리 대화가 어려운 것일까? 왜 이리 자존심의 싸움만을 할까?

      서울시나 민노총, 특히 지하철 노조측의 극한 대립을 풀길은 없을까?

        오늘은 11:00부터 결혼식이 있다. 12:00, 13:00이다. 어제 저녁 무렵 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최대한의

      질서유지를 약속 받았지만 걱정이다.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빨리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

      하는 것이다.

        혼인미사(결혼식)는 주차문제로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다.

      농성자의 인원이 많아 질서유지가 쉽지는 않았다. 신랑 신부가 성당으로 입당하는

      모습을 빙둘러 구경하고 있어 쑥수러워 하는 모습이다. 또한 폐백실과 피로연 장소인

      문화관 입구에 수도시설과 급수차가 있는 관계로 양치와 세수등을 하는 모습이어서

      민망스러웠다. 어떤 다른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데.......

10:20 - 전국 공공운수사회 서비스 노동조합 연맹 기자회견

      1.당산역 탈선사고에 대한 입장 표명

      2.투쟁기조 설명

      3.26일 한국통신 노조 등 주요 노조 파업 및 28-29일 연맹 총파업에 관하여

      4.4월 23일 11:00 조선일보사 앞 300여명의 항의 집회 내용

13:30 - 지하철 노조 부위원장과의 만남

      +. 오늘 질서유지를 위해 힘써줘서 고맙다. 그런 모습으로 시위도 농성도 해주면

        좋겠고, 더 나아가 협상도 그런 모습으로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 우리도 그런 모습을 희망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그렇게 되도록 해 보겠다.

      +. 그 시일이 언제인가?

      *. 오늘 장관들의 발표를 들어보면 알지 않겠는가? 오늘 서울 시장이 가족 대표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무슨 말이 있을 것 아니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중재를 서고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 내일은 어떻게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나? 어떤 방법을 찾았는가? 신문에 "유랑시위"

        라는 것이 있던데.... 또 주간 시위로 방향을 바꾼다면 정말 자유로운 의사로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오늘 신문들이

        여러가지로 강압적인 파업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 유감이다. 이번 주말이 고비이다. 따라서 흩어진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다른 대책이 없다. 다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질서를 유지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수 밖에는 없는 것같다. 그것이 핵심은 아니지만.....

      +.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참겠는가? 내일은 10:30부터 20:00까지 미사가 계속이고,

        모래는 06:30부터 21:30까지 계속인데, 어떻게 아무일이 없겠는가? 이틀 동안 2만

        여명이 이곳을 드나 든다. 보지 않았나? 신자들의 거센 항의와 일반인들의 거센

        항의를... 당신도 힘들지만 나도 힘들다.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있기에 인내하는 것 뿐이다. 정부나 당신들이나 이 믿음을 버리지 않아줬으면 한다.

      *. 최선을 다 하겠다. 월요일(26일)까지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다.

      +.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또 어떤 변화가 있어 상황이 그대로라면 어쩌겠는가?

        지금까지 모든 농성자들이 그랬다. 단 한번도 그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믿어 보겠다. 각서라도 쓰라 하고 싶지만 믿겠다.

        서울시도 26일 월요일까지 시간을 주었다. 그 안에 어떤 협상이든 기대해 보겠다.

         기자들의 항의가 거세다. 취제의 규제에 대한 것이다. 자유로운 취제를 위해

        노력해 달라.

      *. 아침의 기자회견에서 밝힌데로 최대한 협조하겠다.

        (질서유지에 대한 확답 뿐이라 답답했다.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서울시와 지하철, 정부와 민노총, 모두가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16:00 -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잠시 대화를..

      +. 시위와 농성 문화에 대해 한번 다루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일반 국민들의 바램도 1면 머리기사로 다루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확하고 사실을 검증하고 기사를 쓰면 어떨까요?

17:10 - 또 다시 시위가 시작됨을 알리는 스피커 소리가 따갑다.

      한총련 산하 서총련 200여명, 민노총 산하 현대중기, 협동조합들 등, 약 500여명이

      집회를 시작했다. 18:00, 19:00 미사이고, 20:00 서울시내 1지구(11개 성당) 청년들

      내일 행사 준비 모임 및 예행 연습인데.....

18:30 - 민노총 대외협력 국장, 지하철 노조 규찰부장과의 만남

      *.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내일 결혼식 등 성당측 행사에 적극 도움을 주기 위해

        혼주들에게 축의금을 전달하고,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래 회관 주차장 정리

        및 주차비를 우리가 부담하겠다.

      +. 고맙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절실히 바라는 바가 무었인지를 알지 않는가?

      *. 잘 안다. 최선을 다 하겠다.

      +. 민노총도 마찬가지다. 계속되는 농성계획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지.

      *.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다.

19:00 - 현대 중기가 또 농성 천막을 한 동 설치했다. 아!

19:20 - 성당 언덕에서는 정리 집회가 시작됐다. 그리고는 성당을 향해 올라간다. 쓰레기를

      모두 집으라는 집행부의 소리에도 힘겨워하며 터덕 터덕 언덕을 오른다.

        누구의 시던가? 죤 던?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만은 기억난다.

        "땅거미가 지고, 암울한 런던 다리 위를 유령들이 터벅터벅 걸어 온다." 맞나?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 암울했던 시대의 상황 속에서 런던 다리를 건너던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썼던 시였던 것 같다. 그 시를 읽었던 것도 벌써 17년이나 흘렀다.

19:55 - 몇 방울의 비가 떨어졌다. 오늘 비가 오려나?

      한총련 명동성당 대표와 지하철 노조 규찰부장을 찾았다. "혹시 비가 오면 지하철

      노조원이 쓰고 있는 간이 안내실을 한총련에게 주었으면 한다. 간이 안내실에 소형

      천막을 치고 있으니 주어도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총련은 천막 3동과 간이 안내실

      2동, 그리고 회관쪽 통로를 쓰면 될 것 같지 안겠나?"

        좋다. 그것으로 우리도 충분하다.

21:50 - "아! 하느님! 어찌하오리까? 비가와서 이 열기를 식혀준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그런데도 비가 오는것 마저 걱정이니 원!!!!!!!  좀 도와주셔요. 저 말고, 모두를요.

        모두에게 지혜와 인내를, 일치와 화합을, 평화와 사랑을.......

        그리고 저는 에- 마징가-Z를.... 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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