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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변화의표징1:불타는가시덤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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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칠 [mpark] 쪽지 캡슐

2002-06-19 ㅣ No.2835

(요즈음 안셀름 그륀의 "성서에서 만난 변화의 표징들"이란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내용이 좋아 함께 묵상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첫 번 째 주제는 모세와 불타는 가시덤불에서의 변화의 표징입니다.

참고로 불타는 가시덤불 이야기는 출애굽기 3장에 나옵니다.

좋은 묵상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시덤불은 무가치하고 아무 쓸모가 없으며,

사막 주변에나 있는 메마른 잡초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에게는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메마름과 완고함 그리고 황량함과 허무,

무시당하고 업신여겨진 것, 또 좌절과 상처에 대한 상징일 수 있다(22쪽)...

 

모세는 이제 가시덤불 속에서 자신을 새로이 인식한다.

그 역시 사막 가에서 무가치하고 비루하며 메마르고 아무 쓸모없이 되어버린 몸이었다(23쪽)...

 

자신의 힘으로 동포들을 에집트인들의 손에서 해방시키려 했던 그가

이제는 그 가시덤불처럼 무가치하고 쓸모없게 된 것이다.

자기 부인이 그에게 낳아 준 유일한 아들을 그는 게르솜, 즉 황무지에 사는 손님이라 불렀다.

그의 아들은 그 자신의 황량함, 자신의 소외된 존재를 재반영하고 있는 것이다(23쪽)...

 

그런데 바로 이러한 가시덤불 속에서 하느님이 당신 영광을 지니시고 모세에게 나타나셨다.

하느님은 가시덤불 속에서 솟아오르면서도 그것을 태우지 않는 불꽃과도 같은 분이다.

하느님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황량함과 공허, 좌절과 소멸한 것, 간과하고 무시해 온 것,

상처입고 다친 것을 현존의 장소로 변화시키신다(24-25쪽)...

 

불타는 가시덤불의 형상은 나에게 새로운 눈,

즉 내 안에 있는 공허와 황량함 속에서 하느님의 빛을 발견하는, 믿음의 눈을 선사한다.

내가 이러한 믿음의 눈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때, 나의 삶은 달라진다...

모든 것은 하느님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하느님은 바로 내 상처에다 빛을 비추고자 하신다.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좌절한 채 아무런 쓸모없이, 허무하게 메말라버린 나를

하느님은 모세처럼 당신 일꾼으로 부르시어,

바로 그렇게 당신 빛과 사랑의 증인으로 임명하시는 것이다(25쪽)...

 

그러나 나도 모세처럼 맨 처음에 신을 벗어야 한다.

내가 거룩한 땅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믿는 경외의 눈길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 삶의 진창 한가운데에 하느님의 빛이 비추이는 걸 볼 수 있도록

겸손과 가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좌절과 죄악과 자신의 무력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발견하는,

자신의 가련 속에서 하느님의 자비가 싹틈을 발견하는,

아래로부터의 영성생활이 필요한 것이다(25-26쪽)...

 

하느님은 불타는 가시덤불에서 모세를 부르신다.

그 안에서 모세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벌거벗음과 쓸모없음을,

에집트의 포로 신세에서 해방시켜 주시는 분 앞에 내민다.

전에 모세는 이스라엘을 자기의 힘으로 해방시키려고 했었지만,

비참히도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그 때 그는 자신의 분노와 무능 속에서 처박혀 있었다.

이제 그가 가시덤불 속에서 자신의 무력을 받아들이고

그 무력함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이 빛남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그는 하느님의 일꾼으로 부름을 받는다(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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