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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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10-14 ㅣ No.418

                연중 제28주일(나해. 2000. 10. 15)

                                                 제1독서 : 지혜 7, 7 ∼ 11

                                                 제2독서 : 히브 4, 12 ∼ 13

                                                 복   음 : 마르 10, 17 ∼ 3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난주는

갑자기 쌀쌀해져 춥다는 생각이 들고 몸도 따뜻한 곳을 찾게 됩니다.  노숙

자들이 두툼한 담요 한 장을 가지고 가면서 흐뭇해하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됩니다.  자신들의 처지에서 조금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는 행복이겠지요?  아마 우리도 우리의 처지에서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

다면 행복해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젊은이가 예수님께 와서 "선하신 선생님, 제가 무엇

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묻습

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먼저 계명을 지키라고 말씀하십니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증언하지 말라, 남을 속이지 말

라, 부모를 공경하라."  그 청년은 어려서부터 다 지켜왔다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에 예수님께서는 그 청년을 유심히 바라보시고 대견해 하시며 "너에

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내가 시키는 대로하고 나서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씀하십

니다.  그러나 그 청년이 부자라서 울상이 되어 근심하고 떠나갑니다.  뒤이

어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이 복음의 말씀

을 들으면서 우리는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평

소에 물질적으로 부족해서 정신적으로 시달려왔던 우리에게 기쁜 소식이 아

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어렵게 사는 것도 하느님의 뜻으로 알

고 잘 견디면서 행복하게 살자.  부자는 어차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틀

렸으니 부러워하지 말고 하는 생각을 가질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런 생각도 잠시 뿐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다시 물질적인 어려

움이 다시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아이들 학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허덕

이고, 장을 보려가도 만원 한 장으로는 별로 살 것이 없어 변변한 반찬 한

번 못해 먹는 것, 아이들이 필요하여 사달라고 하는 것을 못 사주는 것, 전

셋돈이 모자라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 때 얼굴 붉혀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는 물질적인 어려움 때문에 곤경을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식아동, 실

직자, 가출 소녀, 소년 소녀가장, 독거노인 등등.  가난하게 살기보다는 내

가 부자여서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위치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갖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입니

다.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라는 뜻이지, 가난한 사람은

상을 받고 부자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라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

하면 구약성서에서 재물은 하느님의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자 청년과 같이 재물을 하느님처럼 섬기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자신의 재물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죽음과 다름없는 것이었습니다.  재물

이 삶의 의미고 희망이며 보루였기 때문입니다.  물질적 재화에 대한 애착

때문에 부자 청년은 하느님을 선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지상의 것을

천상의 것으로 착각하고, 자기가 가진 재산을 절대시하고 거기에 집착할 때,

부자 청년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우

리는 끊어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온전히 하느님을 선택하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하느

님의 자리에 내 자신, 재물, 명예, 권력, 사람 등이 대신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지혜는 세상의 어느 것과도 비교되지 않는 중요한 것

입니다.  지혜는 재산과 명예와 비교될 수 없으며 건강이나 아름다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혜로 말미암아 모든 좋은 것을 가질 수 있

고 우리의 삶이 복된 삶이 되고 그 지혜는 우리 영혼의 생명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어떻게 재물의 유혹을 끊어 버리고 어떻게 나누

어야 하는지를 우리는 배워야 하면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야 하겠습

니다.  어렵고 힘든 생활이지만 콩 한쪽이라도 마음을 다해 나누어야 하겠습

니다.  그 나눔을 받은 사람도 다시 다른 이에게 나눈다면 그래서 꼬리에 꼬

리를 이어간다면 가난하여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며, 하느

님의 나라를 맛보데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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