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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7 ㅣ No.1822

저의 두서없는 말이 도움은 커녕 오히려 해를 끼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주님께 의지하며 자매님께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매님은 결혼한 지 2년 되었다고 하셨지요. 저는 올해로 8년이 되었습니다. 저도 무척 많이 싸웠고,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적도 있는 못난 사람입니다. 저희는 주로 시부모님의 일로 많이 싸웠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지요.

결혼을 하겠다고 신부님을 찾아가 면담을 했을 때, 신부님께서 저희보고 하신 말씀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으니 너희는 썩도록 노력해라는 말씀과 서로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배우려고 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때, 아마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며 흘려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희는 서로 썩지 않으려고 발악하고, 서로 가르치려고 하였기에 그렇게 많이 싸웠던것 같습니다. 전 지금은요, 썩을 데로 썩고 문드러져서 아예 저의 형체가 없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삽니다. 이제와서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썩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지요.

전 결혼해서 남편에게 서운한게 너무 많았습니다. 연애할 때는 안 그러더니 어쩜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한번이 아니었지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더군요. 싸움의 기억이 늘어날수록 서로가 어쩔 수 없는 간격이 늘어나더군요. 더이상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령세미나에 참석한 다음부터 제 자신이 바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변하니까 모든 것은 다 변하더라구요. 남편에게 잔소리 한 번 안하고 남편의 뜻데로 다 맞추어주는데도, 남편이 스스로 변하더라구요. 정말 신비 그 자체였습니다. 전 그동안 제 자신을 변화시키기는 싫어하면서, 남편만 변하기를 바랬던 것이었죠.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제가 깨닫지를 못하고 살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예수님을 생각하면, 남편은 물론 다른 누구와 싸우거나, 화를 낼 자격이 저에게는 없다는 것, 난 예수님의 피가 아니면 절대로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중죄인이고, 정말 벌레만도 못한 죄인이라는 것이 가슴으로 깨달아졌습니다. 아무 죄 없으신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감수하시면서, 나보고 너도 너의 십자가를 지고 그 분을 따르라고 하신 말씀을 늘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랑을 갖게 해달라고, 썩을 수 있게 해달라고, 질그릇 같은 저에게서 남편이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도무지 화가 안나는 거예요. 제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남편이 나에게 신경질을 내도, 무관심해도, 전화 안하고 외박해도, 화가나기는 커녕 더 큰 사랑이 샘솟더군요. 남편이란 존재가 하느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에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계속 흘러나왔답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스스로 변화했습니다. 제가 저의 자존심을 생각치 않으니까, 남편이 제 자존심을 지켜주더군요. 제가 저의 고집을 포기하니까, 남편이 저의 의견을 존중하더라구요. 저희는 지금 너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남편이 영세만 받은 엉터리 신자지만, 전 남편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확실히 믿기 때문에 절대로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남편을 위하여 기도하고 삽니다.

 

자매님! 물론 자매님의 상황이 저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보면 인간들의 일이란 비슷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기도하다 지칠때가 있다고 하셨죠? 그래요. 인간은 그렇게 나약한 존재랍니다. 그럴수록 예수님께 자매님의 나약함을 붙들어달라고 기도하세요. 예수님은 가정을 소중히 여기십니다. 가정 파탄을 조장하는 어둠의 세력과의 싸움에서 이기세요. 자매님은 천하무적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분이니까, 자매님이 굳은 믿음으로 밀고 나가면 모든 것은 자매님이 원하는 데로 이루어질 것을 저는 믿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지요. 기도하고, 묵상하고, 남편에게 더욱더 많은 사랑을 주십시오. 교구 성령세미나에 가서 피정할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자매님이 먼저 변하세요. 그러면 남편은 따라서 변하게 될겁니다. 바울로 사도가 말씀하셨잖아요.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고 예수님과 함께 부활할 것이라고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혔듯이, 우리도 우리의 시기, 질투, 미움 같은 것을 모두 다 십자가에 못박아야 합니다. 자매님 기도 많이 하시고, 자매님의 기도가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을 굳게 믿으십시오. 예수님은 자매님의 눈물 방울 수 까지도 세고 계실겁니다.

 

자매님의 가정에 평화를 빌며, 저도 기도중에 자매님과 자매님의 가정을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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