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야'라고 불리우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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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11-03 ㅣ No.529

퇴근길에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가는데 여의도쯤에서 한 가족이 탔습니다. 양복을 말끔히 입은 남자가 네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고 검은 진바지를 입은 케쥬얼 차림의 여성이 따라 들어오더군요. 처음엔 그 여성의 뒷모습만 보였고 옷차림이 가벼워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 부부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빈 자리를 찾는지 두리번거리는 여성의 얼굴을 보니 오히려 연상인가 싶을 정도로 '들어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오가는 대화를 보니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춘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직장으로 와서 만났고 어디론가 가는 길이더군요. 그런데 남편은 말끔히 양복 입혀 출근시키고 딸아이는 곱게 입히고 있는 여성은 자신은 열외인듯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입은 차림이라는 것이 우리 언니라면 싫은소리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거기다 마구 구겨진 검은 바지의 무릎 안쪽으로 접히는 부분에 밥풀 두 개가 힘겹게 붙어 있었습니다. 참 정신없고 바쁜 주부의 모습인 것 같아 안쓰러우면서도 밥풀까지는 이해할 수가 없는 기분이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은 앞에 앉아있던 승객하나가 일어나면서 빈자리가 나자 남편이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야! 니가 앉아' 그런 상황이 저에게 벌어졌다면 전 이렇게 말할겁니다. '어머 무슨 말을 그렇게 싸가지 없게 하세요? 제가 니 딸이예요?'라고... 전 가끔 '오빠'랑 사는 이상한 유부녀를 보기도 했고 나이 차이도 엄청나는 연인사인데도 마치 동갑내기인듯 여자의 애교인듯 함부로 반말을 주고받는 부부도 보아왔지만 아기가 자라고 있는데 '야!'라고 부르는 남자나 불쾌해하지 않는 여자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건 마치 서로의 얼굴에 사이좋게 침을 뱉는 것과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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