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귀여운 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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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윤 [njjangga] 쪽지 캡슐

2000-01-13 ㅣ No.384

 우리 시골 집에는 ’새롬’이라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요크셔테리인데 제가 3년 전에 알바한 돈을 탁탁 털어 부모님을 위해 사드린 것입니다. 왜냐하면 군대 제대하고 조금 있다가 저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 와야 했기 때문에 외로우실 것 같아서였죠.

 그런데 처음 제가 강아지를 사올 때는 엄마가 무척 반대하셨습니다. 숫놈이라 억센 면도 있었고, 처음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길러 보는 것이라 경험도 부족하기도 했고요. 아빠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 놈은 우리 집에온 첫날부터 나를 제외한 온 가족들로부터 찬밥 신세였습니다. 처음 며칠 밤은 그 놈도 우리 집이 낯설어서 그런지 잘 자지도 않고 계속 끙끙거리기만 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그 놈을 내 방으로 데리고 와서 아기처럼 잠을 재웠습니다. 그러면 좀 자는 척하다가 새벽에 어김없이 깨서는 또 끙끙거립니다. 그러면 주먹질도 하고 공중 2회전을 시켜보기도 하고 주리를 틀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습니다. 전 완전 수면 부족이 되었습니다. 그건 가족들도 마찬가지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쉬아를 가리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건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우리 집은 모두가 낮에는 바깥일로 집을 비우는 편이라 그 놈을 낮에 가르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보면 온 집안이 그 놈의 그것들로 완전 쑥대 밭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엄마나 아빠 다른 가족들이 좋아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나도 이 놈을 왜 사왔나 싶어졌습니다.

 그러기를 한 달 남짓, 우리 집안에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반대하시던 엄마가 조금씩 그녀석을 이뻐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한 번씩 쓰다듬어 주시기도 하고 귀엽다고 맛있는 것도 주시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내가 그 녀석이 하두 말을 안 듯길래 좀 심하게 나무라니까 불쌍하다고  심하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 이후부터는 말 안해도 아시겠죠? 이젠 나보다 그 녀석을 더 좋아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전까지 무관심하시던 아빠도 제가 서울로 올라오고부터는, 가족들 말에 의하면, 완전히 그 놈을 자식 대하듯이 하신답니다. 며칠 전에 전화를 하니까 여전히 집안의 재롱은 혼자 다 떨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차 타기도 무서워하던 녀석이 이젠 아빠 엄마 출근하려고 옷을 갈아 입을 때면 지가 먼저 현관에서 기다린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어떻고요.  온 아파트가 다 떨어져나갈 정도로 시끄럽게 짖어 댑니다. 거의 그 녀석은 좋아서 실신할 지경이 되어서 우리가 좀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어야 좀 정신을 차린다니까요. 요즘은 빈 내 방에서 잔답니다. 지가 마치 나나 되는 것처럼요.

 사실 그 놈은 좀 못생겼습니다. 그리고 좀 덩치도 큼니다. 왜냐하면 이쁘다고 가족들이 하두 먹을 것을 많이 주어서 좀 정상보다 커져버린 거죠. 하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우리 가족은 그 녀석을 통해서 작은 기쁨을 얻고 있는데요. 이런게 진짜 행복이 아닐까요.

 

    사랑해 새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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