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산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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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blasius] 쪽지 캡슐

2000-01-06 ㅣ No.254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다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저보다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은 66년생인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편안해 지기도 하고, '아하'라고 감탄사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99년 초 겨울  설악산에 갔다가 탈진한 동료와 함께 춥지만 맑은 겨울 설악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저의 느낌을 그대로 옮긴 듯한 시라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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