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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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9-30 ㅣ No.698

연중 제26주일(다해. 2001. 9. 30)

                                                 제1독서 : 아모 6, 1a. 4∼7

                                                 제2독서 : 1디모 6, 11 ∼ 16

                                                 복   음 : 루가 16, 19 ∼ 3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성당 주차장에 있는 감나무를 보셨습니까?  감이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그 탐스럽게 달려 있는 감을 보면서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유다인들은 사람이 죽었을 때가 되면 그 죽을 사람을 놓고 천사들과 마귀들의 다툼이 있다고 합니다.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악마 사마엘이 있습니다.  그 악마는 임종자의 머리 밑에 지켜 서서 온갖 위협을 주고 마지막 숨을 넘기는 순간 독약 한 방울을 떨어뜨려 죽인 다음 그 영혼을 데리고 간다고 합니다.  의인의 병석에는 세 부대나 되는 평화의 천사들이 에워싸고 있으면서 사마엘의 나쁜 장난을 막고 '평화의 나라로 가자, 평화는 위대하다, 하느님은 평화만을 만드셨다!'라고 외친다고 합니다.

 

  죽으면 누구나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합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남자든, 여자든, 잘생긴 사람이든, 안 생긴 사람이든 모두가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살아갑니다.  열심히 지내다보면 부자가 될 수도 있고, 유명한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자가 되거나, 명예와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권력이나 재물에 집착하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을 생각해 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생각하게 됩니다.  죽은 후의 삶보다는 지금의 편안한 삶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러한 삶에 대해 오늘 제1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선택과 은총으로 번영을 누리는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치와 향락과 불의와 부정에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아모스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선택하시어 존재케 하시고 은총으로 번영하게 하신 하느님께 의지하지 않고, 권력과 재산에 의지함으로써 평안하게 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백성들에게 하느님께 돌아가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합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부자와 거지인 라자로가 있습니다.  그들이 죽어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세상의 재물이 다라고 생각하는 부자는 죽음의 세계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거지인 라자로는 아브라함 품에 안겨 있습니다.  사실 오늘 비유 안에서 부자가 나쁜 짓을 했다는 대목을 찾을 수 없습니다.  도리어 자기는 고통을 겪을 지라도 형제들을 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경고해 달라고 아브라함에게 부탁할 정도로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착한 사람이 죽음의 세계에서 고통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가 그곳에 있는 이유는 바로 무관심 때문입니다.  약하고, 병들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무관심 때문입니다.  자신의 것인 양, 자신이 다 모은 것인 양 지내는 교만이 그를 죽음의 세계로 데려간 것입니다.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세의 복은 모두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 선물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베풀어야 합니다.  선물은 나누어야 하고, 선물은 받는 이는 다시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감사하기는커녕 욕심을 더 내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무관심해지고 말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을 나누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자신이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에게 무관심한 우리에게 경고하고 계십니다.

 

  가끔 내가 누리는 안락한 삶이 누군가의 작거나 큰 희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먹는 음식의 생산이 그렇고 사용하고 버리는 쓰레기의 처리가 그렇습니다.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없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나는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희생은 그 일의 강도가 높든 낮든 그 의미가 크든 결국 고스란히 빚이 되어 나에게 남겨질 짐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가 얻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진정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의 것을 나누어 한 가족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함께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누는 삶이 되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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