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아름다운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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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4-04-14 ㅣ No.533

 

저게 뭐예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엄마, 저게 뭐야?

 

다시 물었다.

 

저걸 저기에 둔 지 몇 달이 지났어도 아무도 안 물어보더만

 

네가 물어보는구나

 

한밤중에 어머니는 장롱 위에서 상자를 내려왔다.

 

하나하나 뚜껑을 열었다.

 

눈부시게 흰 가제 보자기에 베가 쌓여 있었다.

 

어머니의 거칠고 투박한 손이 흰 매듭을 풀었다.

 

삼베였다.

 

아름답지. 수의다. ..........

 

나는 어머니가 아름답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처음 들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젊은 날 한 때 나는 늘 어머니와 싸웠다.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뭘 아느냐고 대들었다.

 

나 좀 가만 내 버려두라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만만하게 싸울 사람이 내겐 어머니뿐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싸워도 헤어지지 않으니까.

 

내가 잘못했는데도 어머니가 먼저 다시 품어주니까...

 

 

                      신경숙 / 자거라, 네 슬픔아 中...

 

 

저의 어머님께서도 틈틈히 장농 깊숙이 놓아 둔

 

수의를 꺼내 보곤 마음 흡족해 했습니다.

 

잠결에 슬쩍 본 저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지만....

 

지금은 그 옷을 입고 조용히 잠들어 계신

 

어머님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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