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73. 미사1 - 성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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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07-24 ㅣ No.121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73. 미사1-성호경

 

 

 

  우리는 미사를 시작하며 성호를 긋는다. 사제의 입당과 아울러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호를 긋는다. 이렇게 성호를 긋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사랑이신 하느님께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느님의 공간과 시간 안으로 들어간다고나 할까?

 

  성호를 그으면 마치 미사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를 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신자들이 숙연해지고 집중하게 되는데, 한편 이 때 하늘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어떤 때는 신자들이 미사 전에 웅성거리는 것이 마치 하늘에서 하느님 삼위께서 우리 중에 누가 내려가서 저들과 함께할까 의논하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느님께서 하늘의 문을 여시고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주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시면서 우리를 하늘나라로 불러들이시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성호를 그을 때 마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당신 사랑을 약속하시고, 우리가 사랑의 사도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1요한 4, 7 참조).

 

  성호경에 나오는 것과 같이 하느님은 사랑으로 결합된 삼위 일체이시다(9절ㄱ 참조). 아버지 하느님은 지상으로 당신의 아들을 내려보내셨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로 아들은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지 않고 아버지가 원하시는 바로 그대로 다 이루신다. 아버지가 원하시는 것이 십자가에 못박히는 제물이 됨으로써 사람들의 죄값을 갚으시는 것까지인데도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마다하지 않고 따르시고 다 이루셨다(9ㄴ-10절 참조).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성호경을 바칠 때마다, 성호를 그으며 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한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가 받은 그 사랑으로, 아니 그 사랑 안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며 하느님 그 사랑에 참여합니다(11-12절 참조).

 

  이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나신 성령이 우리에게 오셨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성령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 안에 있고 또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13절 참조) 성령은 우리에게 주님을 알려주시고 주님을 보내주신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주님을 느끼는 것 같은 기분과 깨달음, 그리고 주님을 보지 못했으면서도 생각하고 말하고 믿는 것은 바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상을 불러일으켜 주시기 때문이다(14-15절 참조).

 

  우리가 더 이상 '나'만이 아니고 '너를 위한 나'일 때 기쁘고 우리 존재와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에게 사랑으로 자신을 몽땅 다 내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받았고, 또 그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16절 참조).

 

  또 한편으로 우리는 사도 바오로와 초대교회의 교부들이 모든 서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사랑하고 우리의 사랑을 전달받아야 할 분들께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평화와 친교의 일치가 이루어지기를 청한다(로마 1, 7 참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리는 우리 눈에 띄는, 아니 우리가 발견하고 책임지도록 맡겨주신 주님의 형제·자매들을 기억한다. 마치 화살기도를 바치듯이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이들을 주님 안에서 기억하고 또 주님의 뜻대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주님께 나와 그 형제·자매를 봉헌하고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기원한다(2디모 1, 1-2 참조).

 

  그래서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청하고 주님과 함께 활동하며 살아간다(요한 14, 14; 마태 18, 19-20; 마르 9, 3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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