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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연중 제17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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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8-03 ㅣ No.3360

 

2000, 8, 3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3,47-53 (그물의 비유, 비유의 결론)

 

그 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바다에 그물을 쳐서 온갖 것을 끌어올리는 것에 비길 수 있다. 어부들은 그물이 가득 차면 해변에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은 추려 그릇에 담고 나쁜 것은 내버린다. 세상 끝날에도 이와 같을 것이다. 천사들이 나타나 선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 있는 악한 자들을 가려 내어 불구덩이에 처넣을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그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지금 한 말을 다 알아듣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은 "예"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맺으셨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의 교육을 받은 율법 학자는 마치 자기 곳간에서 새 것도 꺼내고 낡은 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예수께서는 이 비유들을 다 말씀하시고 나서 그 곳을 떠나셨다.

 

 

<묵상>

 

전철이 역 구내로 들어오면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으니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지금은 이 안내 방송 멘트가 바뀌었습니다만, 예전의 이 멘트를 들으면서 항상 하나의 의문을 가졌습니다.

 

"안전선 밖으로"

안전하게 열차를 타려면 안전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안전선 안쪽이 안전한가? 아니면 안전선 바깥쪽이 안전한가? 안전선 안쪽이 안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안전선 밖은 열차가 들어오는 철로가 아닌가? 그렇다면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라는 안내 방송은 열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달려들라는 말이 아닌가? 생각이 이 정도에 이르게 되면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 방송 멘트를 듣고 나서 철로로 달려들어 죽은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만의 하나 이 멘트에 따라 곧이 곧대로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안전선을 많이 만납니다. 동시에 안전선 안쪽에 자리한 안전지대도 많이 만납니다. 전철역에 그어진 노란색 안전선이나 횡단보도 등 눈에 보이는 안전선이나 안전지대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한 사회나 단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나 전통, 관습들도 이러한 것들 중에 하나입니다. 비록 그것이 강요되는 것이든 자발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안전지대 안에 꼼짝하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 정말로 '완전한' 안전을 보장받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봅니다. 완전한 안전을 보장받지는 못해도 그래도 덜 위험하다는 생각까지는 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신앙 생활에 있어서만은 이 안전지대는 '덜 위험한 정도'도 되지 못합니다. 비록 신앙 생활이 여타의 생활과 분리될 수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신앙의 안전지대란 무엇일까요? 세례를 받는 것, 적어도 우리가 배운 바에 따르면 냉담하지 않고 신자로서의 의무를 잘 지키는 것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일 미사 거스르지 않고, 교무금 잘 내고, 조금 여유가 있어서 교회 단체에서 약간의 활동을 한다면 더 좋겠지요. 이 정도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오늘 예수님의 비유의 말씀이 들려주는 답은 분명히 "아니오"입니다.

 

"하늘 나라는 바다에 그물을 쳐서 온갖 것을 끌어올리는 것에 비길 수 있다. 어부들은 그물이 가득 차면 해변에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은 추려 그릇에 담고 나쁜 것은 내버린다."

 

그물 안에 있다고 기뻐하기에는 이릅니다. 나쁜 것은 내버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세례를 받고, 미사 참례 잘 하고, 교무금 잘 내고, 단체 활동 하는 것을 가지고 신앙인으로서 자족하는 것이 마치 하늘 나라라는 그물 안에 있기에 기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아닙니다. 하늘 나라라는 그물은 분명히 은총의 안전지대입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 안에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총으로 주어진 안전지대 안에 머물려는 각자의 힘겨운 노력이 있어야만 머물 수 있는 것입니다. 힘겨운 노력이란 선하게 살려는 몸짓입니다. 선한게 산다는 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온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기에 결국 하늘 나라라는 안전지대에 머무는 것은 나 혼자서 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 됩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특별히 교회 안에서 잘 난 사람들(또는 잘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은 충실한 신앙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다가오는 말씀입니다. 특히 저처럼 사제로서 부르심받은 이들을 향한 하나의 사랑담긴 경고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제가 되었다고 해서 구원을 보장받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더 큰 책임감이 있기에 하늘 나라에 머물기 위해서 오히려 다른 형제 자매들보다 각고의 노력이 더 필요할 따름입니다.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집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한 사람도 잃지 않으려고 참된 구원의 길을 미리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의 참 뜻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뜻에 맞춰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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