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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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10-06 ㅣ No.701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다해. 2001. 10. 7)

                                             제1독서 : 하바 1, 2∼3. 2, 2∼4

                                             제2독서 : 2디모 1, 6∼8. 13∼14

                                             복   음 : 루가 17, 5 ∼ 1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추석 연휴를 잘 보내셨습니까?  바쁘게 힘들게 보내셨지요?  성묘를 다녀오거나, 시골에 다녀오신 분들은 막히지 않는 시간을 찾아서 움직이느라 신경써야 했을 것 같고, 자매님들은 추석이 즐거운 명절이라기 보다 힘들고 짜증스럽고 바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방송에서 명절만 되면 외롭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 쓸쓸히 보내는 이들이 있다고 했는데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아주 가까이 사제관과 수녀원에 사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랍니다.

  "비오는 날 재판소에서 두 사람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경찰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죄수였습니다.  경찰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죄수에게 입혔습니다.  그 광경을 본 상관이 다음 날 아침 그 경찰을 호출했습니다.  그는 경찰 제복을 죄수에게 입혔다고 혼이 나는 줄 알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상관에게 갔습니다.  그러나 상관은 의외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제 왜 자네의 외투를 벗어 죄수에게 입혔는가?'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옷이 젖어도 집에 가면 갈아입을 옷이 있지만 그 죄수에게는 갈아입을 옷이 없지 않습니까?'하고 그 경찰이 대답을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상관은 그를 크게 칭찬하며 금일봉까지 내렸습니다.  그의 외투를 입었던 죄수는 복역을 마친 후 그를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한 경찰의 따뜻한 마음이 죄인을 진실 되게 변화시켰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라고 '믿음'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믿음의 크기나 양'보다는 '믿음의 질'을 더 중요시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믿음은 하나의 씨앗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세를 받음으로써 우리 안에 심어진 신앙의 씨앗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면서 성체성사와 여러 성사를 통하여 에너지를 얻어서 믿음은 조금씩 조금씩 자라게 됩니다.  아주 작은 씨앗인 겨자씨가 자라서 아주 커다란 나무가 되듯이 우리의 믿음은 이제 우리의 구원을 가능하게 합니다.  믿음은 곧 하느님의 은총이며, 우리 구원을 위해서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믿음 안에는 우리의 하느님께 대한 희망과 사랑이 담겨져 있습니다.

  믿음은 바로 지렛대와 같은 것입니다.  지렛대를 아시죠?  지렛대는 무거운 것을 쉽게 들어올릴 수 있게 합니다.  믿음은 우리의 삶이 어렵고 힘들고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 듯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신앙을 지켜 구원으로 이끌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답답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로 불의를 참지 못하는 이들은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하느님께 항의하고 그 일을 바로 잡아 주시라고 탄원합니다.  그러다 신앙을 잊어버리고 세상의 방법 즉 힘의 논리에 의한 방법을 선택하여 하느님과 멀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항의 탄원에 하느님께서는 오늘 제1독서에서 하바꾹 예언자를 통하여 당신께서도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정확히 꿰뚫어 보시고 이를 바로 잡으실 시기를 정하셨으니 믿음을 가지고 성실하게 기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기다리는 우리는 오늘 제2독서에서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얻은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나에게서 들은 건전한 말씀을 생활 원칙으로 삼으시오"라고 하신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우리가 듣고 배운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 생활의 원칙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 삶은 비오는 날 죄수를 생각해서 옷을 벗어서 입혀준 경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경찰의 이 모습으로 해서 뉘우치고 살아갔습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지렛대입니다.  믿음이 있기에 행동할 수 있고 그 행동은 하느님의 말씀을 살아가는 것이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생활은 바로 구원으로 이끄는 지렛대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군인주일입니다.  군인은 나라를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군 생활을 돌이켜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처음에는 인생의 황금기에 군을 간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배웠고 아파했습니다.  그러기에 한 번은 가 볼만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군인은 국가와 민족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섬기는 사람의 삶을 배운 우리의 젊은이들은 아마 돌아오는 날 성실하고 늠름하고 다른 이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되어 올 것입니다.

  믿음은 키워 가는 것임을 잊지 말고 우리의 실속에서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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