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엄마의 꽃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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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sylvia62] 쪽지 캡슐

2003-08-17 ㅣ No.1750

 

 

엄마의 꽃씨

 

- 이해인 -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 봉투에 넣어

 

편지 대신 보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엔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 속에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 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 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 무렵

 

나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 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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