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눈(雪)을 바라보며....4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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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choiyh55] 쪽지 캡슐

2001-03-05 ㅣ No.3680

 

회색빛 하늘이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던 날 오후

그 분이 임종하셨음을 들었습니다.

 

제가 그분을 기억하게된 일은 분명하지 않으나 어느날 문득

그 분의 모습이 보였으며

볼수록 참 멋있다... 라고 느꼈습니다.

 

바른 예의를 표할줄 아시고

사람간의 관계를 계량할줄 아시고

웃음을 지을줄 아시며

말의 쓸모를 아셨습니다.

 

 

비 바람이 불던날 오후 그 분을 위한 미사가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사진으로된

그 분을 바라보았습니다.

왜 그리 모습은 곱던지.....

 

이건 아니야...라고 수많은 되뇌임은 아픔으로 커져 되돌아 옵니다.

사제의 강론도 제가 부른 성가도 이때에는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런일이 왜 이렇게 꼭 이루어져야만 하는지.....

 

그 분이 삶의 흔적으로 남겨놓은 아내와 자식들을

차마 바라볼수없어 고개를 숙이고 울었습니다.

 

" 몸 " 이라는 말씀에 슬픔을 지우고

손위에 모셔진 성체를 보았습니다.

희뿌연 모습에 놀라 눈을 깜박였습니다.

순간 성체는 밝게 드러났으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에 젖은 성체께서는 그 분의 얼굴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어릴때 마음껏 뛰놀던 고향 동산이 하얀 모습으로

그 분을 맞이했습니다.

   

마지막 지나는 세상길에 부끄러움을 보이게 될까보아

새하얀 눈(雪) 단장을 했나 봅니다

옛날 함께놀던 고향땅은 논이되어 엎드리고 밭이되어 맞이 했습니다.

그 분은 누구도 밟지않은 그 하얀길을 따라

 예쁜 꽃상여를 타고 하늘길로 떠나셨습니다.

눈보라 헤치며 가신 그 길엔 많은 슬픔들이

 발자욱되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는 이 모든것이

오래토록 기억될것입니다.

    신 상 철 미카엘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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