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스테]나를 들뜨게 하는 것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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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석현 [energeticum] 쪽지 캡슐

1999-07-11 ㅣ No.798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치는 밤은 나를 들뜨게 한다.

창문을 두들기는 세찬 빗방울은 나의 마음을 쉴새없이 두들긴다.

가끔씩 들려오는 천둥소리는 가뜩이나 긴장된 나의 마음에 작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방의 불을 꺼놓은 상태에서의 번개는

정말이지....놀랍다...

 

이런날의 나는 꼭 몇가지의 행동을 한다. 일단 커피를 탄다.

양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머그잔은 정말이지 커야한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이런날 나의 기분을 알아주는 음악은

그리 많지가 않다. 때문에 자주 접하게 되면 식상할 우려가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날씨가 자주있지 않기 때문에 늘 새롭다...

 

도시는 늘 회색빛이다. 주위를 보면 거의가 회색빛이다.

회색빛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회색빛이다.

모든 사물을 회색빛을 통해서 보는 것만 같다. 이러다가 내 눈도

회색빛이 되리라....

 

회색빛의 도시에 가끔 비가 내린다....

아주 세찬 비가 내린다....밤이 깊어갈수록 비는 더욱 거세지고...

천둥번개가 몰아친다....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다.

회색빛 도시의 꿈을 꾸며....

아침이 오면 꿈속에 보던 회색빛의 도시는 없다.

모두가 제 색깔을 자랑하듯이 드러낸다.

평소엔 잘 안들리던 새소리도 이런 날엔 유난히 크게 들리고

햇빛조차 상쾌하다.

 

천둥번개가 치는 밤이면 나는 커피와 음악을 준비한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한다.

평소엔 늘 늦게자는 나이지만 이런날엔 일찍 자야한다.

혹시라도 깨어있는 동안에 비가 그치면 내일 아침에 찾아올

상쾌함이 덜할 것 같아서이다.

 

비나 한번 왔으면 좋겠다....

 

 

 

 

장마철이 다가옵니다. 곧 캠프를 가게될 초등부가 걱정됩니다.

비가오면 캠프준비 하는 교사들은 더 힘들어질텐데....

....

그래도 한번쯤 엄청나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마음속에 늘어가는 해묵은 앙금들이...

그 비로 모두 씻겨 내렸으면 좋겠거든요...

 

정말 오랫만에 들어온 게시판이지만 맘은 편하군요....

 

좋은 밤 되시길....

 

중고등부의 엄석현 스테파노 였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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