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어느 유부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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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열 [stephen5] 쪽지 캡슐

1999-11-21 ㅣ No.277

유부녀의 그 불행한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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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이가 새벽에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왔다. 생각 같아서는 굶기고

출근시키고 싶지만 직장에서아내를 헐뜯을 게 뻔해 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일찍 일어났다. 식탁에 밥을 차려놓고 마주보기가 싫어 자는 체 했다.

 

2. 그인 출근 준비하는 동안에도 거의 비몽사몽이다. 아직 술이 덜깼는 모양이다.

 

3. 식탁에 밥 차려 놓은 것도 모르고 그냥 나간다. 아니면 내 속을 마구 긁어놓느라

 그냥 나가는지도 모른다.

 

4. 주말에도 밖에서 술마시기 일쑤다. 가끔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아이보기,요리하기, 설겆이, 청소하기, 화단에 물주기, 오래된 신문 정리하여 버리기,

 쓰레기 버리기,......

이렇게 도와줄 일이 많지만 외식 핑계를 대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리고는 동네 중국집에서 짬봉국물 한 그릇 시켜놓고 뻬갈로 술타령을 시작한다.

 

5. 즉 주말엔 새로운 술집을 찾아 다닌다는 마음을 굳건히 다지는 것 같다.

 

6. 월급봉투는 구경을 한 적이 없다. 아마도 봉투째 술값으로 다 날리는 모양이다.

어쩌다 용돈을 달라하면 오천원짜리 한 장을 주면서 버스 탈 돈도 없다고

궁상을 떤다. 그러면서 술은 어떻게 마시는지~

 

7. 그 이는 허구헌날 출근한 다음날 퇴근하고 퇴근한 날 출근한다. 어떻게 생활

 리듬을 이어가는지...

그러면서 나한테는 쫓아내지 않고 집에서 잠 잘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단다.

양심은 있는건지~ 내가 여관주인으로 보이는 건지~

 

8.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놔도 안먹고 간다. 그리곤 직장에서 생일날 미역국도 못얻어

 먹었다고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자기잘못은 모르고 출근시 배웅 안한다고 트집잡을 때도 있다. 그때는 1년에

몇 번 술 안먹고 왔을 때다.

한 번은 새벽에 술에 취해서 벨 누르기 미안하다며 대문을 마구 걷어차 온 동네사람들을

다 깨운적도 있다.

 

9. 가끔 술에 많이 취해서 나에게 주정을 해 놓고는 그 다음날 절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우길 때도 있다. 정말 치사한 인간이다.

 

10. 아뭏든 오늘도 그 이는 밤 늦도록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이가

걱정되고 기다려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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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부녀가 된 이후의 삶을 요약하자면 이렇다는 겁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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