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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 부부싸움이 잦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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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11-30 ㅣ No.1049

 

 

생각하는 동화 - 쉰두번째 이야기

 

< 살과 씨 >

싸움이 잦던 부부가 어느날

’이혼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각오로 결혼식 할 때

주례를 봐 주었던 은사분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은사분께 이혼하지 않으면 안될 사유를 설명하고

두 집안의 부모님을 대신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은사분은 아무 말 없이 웃옷을 입었다.

두 사람한테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 다방은 그들이 연애할 때

다정스럽게 만나던 곳이기도 했다.

종업원은 낯이 설었지만 분위기는 예전 그대로였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전에 늘 앉았던

자리에 가 앉았다.

은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 여기서 만났던 시절을 기억하겠지?

 그리고 그때는 자기가 먹고 싶은 것보다도

 상대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시켜 먹었겠지.

 사소한 것도 자세히 설명하고 별 우습지도 않은 것에도

 크게 소리내어 웃었겠지..."

두 사람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가슴은 미동도 않고

 자기가 먹고 싶지 않은 것이 나오면 화를 내겠지?

 작은 일이 아니라 큰 일도 한 두마디로 끝내고

 우스갯 소리에는 콧방귀도 안 뀌겠지."

두 사람의 고개가 점점 숙이어져갔다.

"결혼은 사랑의 골인이 아니라 시작인 걸세.

 연애는 복숭아 살을 베어먹는 일에 불과한거야.

 중요한 것은 복숭아 씨인거야.

 결혼을 함으로써 자네들은 그 씨앗을 땅에 파묻은 걸세.

 서로가 열심히 상대한테 노력하는 것이

 복숭아 씨에 물과 거름을 주는 과정일세.

 알겠는가?"

은사가 두 사람의 손을 쥐어주면서 말했다.

"여기서 처음 만났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게.

 서로가, 상대가 좋아하던 것을 좋아하던 그 마음으로.

 그리고는 집에 가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우리의 첫마음을 죽는 날까지 가게 하소서’라고

 써 붙여놓고 살게나."

 

  * 첫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십니까?

    첫마음 그대로 살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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