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이런 마음으로 기다려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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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 [BLUEYES] 쪽지 캡슐

1999-05-14 ㅣ No.258

 얼마전 주말이었습니다.

 전 강남역 상업은행 앞에서 제 여자친구와 6시에 만나 저녁을 같이 먹

 기로 약속을 했지요. 하지만 그 날 제가 학교에서 있던일이 조금 빨리

 끝나서 전 약 한시간 정도 먼저 약속장소에 갔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낮은 계단에 앉아 신문이나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은 짜증이 나더군요. 여하튼 제가 일찍 끝나서 기다리는거니까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하고 친구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한 5분후에 한 남자가 제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

 는듯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말인데다 사람들이 하도 많은 곳이라

 전 누구를 만나러 왔나보다 생각하고는 그냥 대수롭지않게 넘겼습니다.

 그리곤 계속 신문에 눈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분후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또 다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군요.

 

 '순간 참 이상하군. 아까 그 사람이쟎아'라고 다시한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신문을 보았지요.

 

   그리고 또 10분후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 때 부터 전 그

 사람에 대하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

 길래 10분에 한번씩 나타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까?'하고 말입

 니다. 제가 신경을 쓰게 된 이후에도 그 사람은 정확히 10분이면 한

 번씩 그 자리에 나타났습니다.

 

 20대 중반처럼보이는,  허름해 보이지만 어딘가 은은함이 묻어나오는,

 그리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넉넉해 보이고, 잔잔한 미소를 가진 사람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곤 제 약속시간을 조금 넘긴 6시5분이 될때까지 그는

 10분에 한번씩 7번을 제 앞에 나타나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날따라 제 여자친구가 30분정도 더 늦은 것이었습니다.

 솔직이 조금 짜증이 나더군요. 말이 1시간 30분이지 그 사람많은 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1시간 반동안 누군가를 기다린다는게.....

   여하튼 전 계속 그자리에 앉아 다본 신문을 옆에 놓아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10분후 여지없이

 그 사람이 또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전 이제 궁금

 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였습니다.

 

   그 사람이 왔다간지 얼마후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에 와서

 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 군요. '이야 약속에 꽤나 늦었나보다' 전한눈

 에 그 여자가 약속에 늦었는 줄을 알수 있었습니다. 아주 초조한 얼굴

 로 거기에 서있는 사람들을 한명, 한명 자세히 찾아보더군요. 그리곤

 약속한 사람이 없는지 발을 동동구르더군요. '정말 많이 늦었나 보구나

 ' 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순간 저 쪽에서 10분에 한번씩 나타나던 그 사람이 나타나

 더군요. '이야 10분맨 또 왔군'  주위를 전과 마찬가지로 두리번 거리

 더니 갑자기 그의 눈이 커지더군요. 그리곤 제 앞쪽으로 오는 것이었

 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와의 약속에 늦어서 발을 동동구르던 그 여자

 앞에 오더니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 야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주말이라서 그런가 차 정말 많이

 막히더라.... 미안해서 어떡하지.... 가자 내가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

 정말 맛있는 밥 사줄께? 아니 너 하라는대로 오빠가 다 할께...."

 

   그제서야 그 사람이 왜 10분에 한 번씩 그자리로 왔는지 알 수 있었

 습니다. 약속시간에 늦은 자기 여자친구가 자기에게 미안해 할까봐 그

 는 먼 발치에서 그 곳을 보고 있다가 10분에 한 번씩 왔나 안 왔나를

 확인해 보기 위해 그 곳에 왔던 것입니다. 가슴이 벅차오더군요.

   그리곤 그는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큰 웃음을 지으며 조용

 히 인파속으로 멀어지더군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 자신이 부끄러

 워 지더군요. 전 솔직이 제 여자친구가 오면 짜증을 내려고 했었거든요

 

   사랑을 하려면 이 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상대의 상처와 잘못을 조용

 히 감싸 줘야 하지 않을까요?

 

 

 

추천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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