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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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식 [kim740510] 쪽지 캡슐

2000-04-15 ㅣ No.2728

어제 아침 우연히 어머니 모습을 가까이에서 뵌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만큼은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

아니 제가 죽는 그 날까지도 늙지 않고 똑같은 모습으로 계실줄만 알았는데 어머니의 앞 머리에 그렇게나 많은 흰머리가 나있었다는 것을 왜 지끔껏 알아차리지 못했을까하는 자책감에 다시 한번 눈을 돌려서 손등을 내려다보니 그 윤기 있고 고우시던 손은 온데간곳 없이 검버섯이 낀 주름잡힌 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나 어머니께 죄스러운 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간 저의 그런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란듯 어머니께 따졌습니다.

어머닌 왜 다른 분들처럼 염색도 하고 피부관리에도 신경쓰고 그러시지

왜 그렇게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무신경 하신지 모르겠다구요...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안들어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더이상 어머니께 무어라 딱히 말씀도 못 드린채 아침 일찍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습니다.

학교로 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 적이 몇번이나 있었나하고

생각해보았더니 겨우 다섯손가락안에 꼽히는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부모님을 속썩여 드렸나 생각해보았더니 머리카락수를 세도 못 헤아릴 만큼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지극히 소박하신 분이십니다.

피정에 갔다 오셔서는 좋은 말씀을 자식들에게 이야기 해주실때 행복해 하시고 가끔 가다 한달에 한번꼴로 하는 양말빨래에도 고맙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가끔씩 제 동생이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식사할 때 때지난 썰렁한 유머에도 굉장히 기뻐하십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를 기쁘게, 행복하게 해드리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그렇게 대단하고 큰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여지껏 난 나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왔을까 하는 회의마저 듭니다.

아마도 제 좁은 소견으로 생각하건데 우리 예수님도 지독한 마마보이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러기에 때가 되지도 않은 가나안 혼인 잔치집에서 어머니가 염려하시는

모습을 보시고 물을 술로 바꾸는 그런 큰 기적을 베푸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랑하는 암사동 청년교우 여러분께 감히 실례를 무릅쓰고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서로 바쁘고 개인적인 약속들로 짬을 내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일찍 집으로 귀가해 부모님과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지금 여러분의 어머니께서도 비록 작고 사소한 이야기지만 같이

나눌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행복을 느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식사후의 설겆이까지 곁들이신다면 어머니께서 너무나 행복해 하시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다 알고 늘 생각해왔던 일이라 뭐라 딱히 말할만큼

그리 대단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자신이 몸으로 행동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점이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저 자신도 잘못하면서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조차 쑥스럽지만

지금까지 여러분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신 부모님의 노고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이런 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저는 누가 뭐라 말해도 저의 어머니를 제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여러분들도 좋은 아들 딸이 되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못난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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