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십자가를 지고 가는 후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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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2-14 ㅣ No.1550

 

 

2002, 2, 14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복음 묵상

 

 

루가 9,22-25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번째 예고, 어떻게 예수를 따라야 하는가?)

 

이어서 예수께서 말씀하셨으니, 인자는 마땅히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제관들과 율사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만에 일으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서는 모든 이를 향해 말씀하셨다. "누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 사실 제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이야말로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온 세상을 벌어들인다 해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손해를 본다면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묵상>

 

십자가를 지고 가는 후배에게...

 

당신의 십자가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당신의 고통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 당신이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였음을 압니다.

어느 누구 하나 당신의 십자가에 눈길 주는 이 없어도

당신은 기쁘게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길을 떠났음을 압니다.

 

십자가가 고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기쁘게 짊어 진 당신은 아름다웠습니다.

 

그 날 나 역시 기뻤습니다.

비록 당신과 나 같은 십자가를 메고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흘렀습니다.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가면서도

기쁨과 보람은 넘쳐났을 것입니다.

벅찬 희망으로 고통은 잊혀졌습니다.

 

그러다 잠시 머문 이 자리

당신은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고통과 공허함에 어쩔 줄 모르는 듯 합니다.

당신의 아픔, 당신의 십자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잠시 뒤돌아 온 시간을 돌아보십시오.

긴 호흡으로, 넉넉한 마음으로, 한껏 여유를 가지면서.

 

십자가를 기쁘게 받아들였던 첫 시간을 생각해보십시오.

아쉬울 것 없었지만 모든 것을 버린 당신을,

가난한 이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았던 당신을 돌아보십시오.

 

지금의 힘겨움, 길 잃은 듯한 허탈함 모두를 기꺼이 받아안으십시오.

그리고 다시 일어서십시오.

 

진정 이 길이 당신이 가야할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택하십시오.

진정 지금의 십자가가 당신 몫이 아니라면 다른 십자가를 청하십시오.

 

그러나 행여

지금의 힘겨움 때문에, 지금의 상처 때문에, 지금의 혼돈 때문에,

지금의 십자가를 내려놓치는 마십시오.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전리품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하려는 고통의 몫이니까요.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갖고 싶으면 갖고 버리고 싶으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맡겨주시는 당신 믿음과 사랑의 표지이니까요.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단 한 순간이 아니라

날마다 순간마다 새롭게 아로새겨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 소외받은 이들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후배가 참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떨어져 있기에 함께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많지 않아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오늘 그 후배에게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 묵상글을 후배에게 보내 줄 생각입니다. 자그마한 힘이나마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사랑하는 벗님들, 주위를 돌아보세요. 자신의 십자가를 사랑하면서도 그 고통에 힘겨워하는 벗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 벗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것 역시 비록 각자의 십자가는 다를지언정 같은 믿음 안에서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우리 모두의 자그마한 십자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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