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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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일수 [paulk] 쪽지 캡슐

1999-04-29 ㅣ No.1665

자유게시판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고향마을에다가 또 올립니다.

그리고..김성택님..진짜로 이태리사람들은 이태리타월을 사용 안하나요??

 

좋은 아침입니다.약간 피곤하네요.어제 늦은시간 모방송국에서 "용서합시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보았는데..마지막에 나온 7세,5세 여아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그래서 한동안

답답해서 그런지 숙면이 안된듯 합니다.(남편은 공사장일을 하다가 한쪽 팔,다리를 못쓰고 있는 3급장애자이시고 사고이후 엄마는 당시 2세,0세 여아를 남기고 가출했답니다.그래서 방송국에서 애엄마를 찾아줄려고 노력했는데..아! 애 엄마는 재가하셨더군요..병든 남편과 두 어린 딸들을 남기고. 7세여아는 학교에서 엄마얼굴 그리는 시간에 할머니얼굴을 그렸다네요.너무 어린나이에 집을 나가서 기억이 없다네요.굵은 눈물흘리며 엄마가 무척 보고 싶다는 ...그런데 엄마가 또 시집갔다는 말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엄마 보고 싶냐구 물으니까)눈에 눈물이 잔뜩 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아래의 글을 보고서 여성해방론자들은 무슨 시대착오적인 글이냐구 반문할런지 모르겠지만..좋아서 한번 올려 봅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기초공동체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지요.

우리시대엔 사랑이 너무 부족하지 않는가..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사랑만 있지 않는가..

특히 예수님처럼 희생이 없는 사랑 말이죠.

 

아래의 글중  마지막 부분의 인생의 황혼기라는..부분은 찡하게 만드네요..

저는 지금 이글을 "남편"이라고 개작을 해서 결혼기념일날 선물과 함께 줄려구 해요..헤~~헤~~^-^

 

                                  아  내

 

 

                눈이 오는 한 겨울에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당신의 퇴근무렵에

                따뜻한 붕어빵 한봉지 사 들고

                당신이 내리는 지하철 역에서 서 있겠습니다.

 

                아무말 하지 않고도

                당신의 피로한 어깨를 느끼겠습니다.

 

                당신이 들어오는 당신의 집에

                향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게 냄새로,

                때로는 보리차 끓이는 냄새로,

                때로는 만개한 소국들의 향내로,

                때로는 진한 Chanel의 향기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아도

                당신이 늦게까지 불 켜놓은 당신의 방에서

                담배연기 자욱해 하며 책을 볼때,

                나는 슬며시 레몬 넣은 홍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미모와 외모로서 당신 곁에 잠시 머무르는

                여자로서가 아니라,

                나는 당신의 가장 가까운 友으로서

                있어도 없는 듯, 없으면 서운한

                그런 맘 편한 얘기 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잠을 청하기 위해 불꺼놓은 보금자리,

                대화하다가 동이 트는 것을 보아도

                서로의 대화로 인해 풍성해진

                우리 맘을 발견하겠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나를 빌어 태어난 아이가 장성해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당신으로 꼽는다면

                나는 영광스럽게 두번째 자리를 차지하여도

                행복하겠습니다.

 

                느을...사랑해서 미칠거 같은

                꼭 내꺼로만 여겨지는 그런 아내가 아니라

                아주 필요한 사람으로,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공기같은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행여,

                내가 세상에 당신을 남겨두고

                먼저 떠나는 일이 있어도

                가슴 한 구석에 많이 자리잡을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지혜로와

                슬기로와

                당신의 앞길에

                아주 밝은 헤드라이트 같은 불빛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호롱불처럼, 아니라면 반딧불처럼,

                당신 가는 길에 빛을 비출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흰서리 내린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당신은 내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소..

                당신을 만나

                작지만..행복했었소...'

                라는 말을 듣는,

                그런 아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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