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전철에서 졸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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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익 [whdlrl] 쪽지 캡슐

2000-05-01 ㅣ No.5163

안녕하세요.. 글로리아성가대 머슴 이종익입니다...(본명은 말해 봤자 들어보지도 못했을 테니까..생략)

저도 오늘 사무실이 쉬지만... 저만 노동절 기념식에 다녀 왔습니다.

제가 노조사무실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기땀시... 제일 막내인 제가 총대를 매고 우리 노조깃발을 꼿아 주러 갔지요..

역시 노동자=빨갱이 이런 기분이 들어서 인지... (~ 난 언제나 군사독재체제의 반민주화 교육의 잔재를 떨쳐버릴수 있을런지...) 암튼 빨간깃발을 보니 무섭더군여...

그래서 깃발꼿고 나눠준 김밥을 홀랑먹고...(먹어야 살지..) 집으로 졸라 왔슴다...

근데 문제는 왜 이글을 적느냐?

지하철에서 꾸벅 꾸벅 졸면서 오고 있는데 잠결에 "군자~ 군자~ 디슈탑이쥬 군자~"하는 주문외는 소리가 들리길래 얼떨결에 뛰어 내렸습니다... 문제는 빨리 내리려고 맨 앞칸에 타고 있었는데... 다들 아시것지만 5호선에서 7호선 갈아탈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하지 않습니까?

근데 계단앞에 왠 할머니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내려가시려고 하는거예요.. 광주이씨 경무공파 11대 장손인 제가 가문의 예의 범절을 어릴적부터 잘 받은제가 어케 그냥 지나 치것습니까...

그래서 냅다 달려가 "제가 들어드릴께요"하고는 받아서 계단 아래까지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 가방을 드릴려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으악~

.

.

.

외국할머니 였습니다... 잠결에 가방을 들어드린다는 것이 할머니 얼굴도 못보고.. 그냥 가방을 갖고 내려 왔던 겁니다.. 이 어린 가슴이 얼마나 놀랐것습니까.. 사실 생각해 보면 할머니도 놀라셨겠죠.. 왠 곰같은 놈이 가방을 냅다 쥐더니.."je ka dul uh de reel ke yo"(할머니 입장에서 들어보면 아마 이렇케 제가 말했것지요..) 라구 한국말로 했으니...

그래도 그 할머니는 "땡큐베리 마치" 가고 웃으며 말 하시더군여... ~ 쪽팔려... 결과적으로 놀랜가슴을 진정시키지도 몬하고  "~" 하고 꿋꿋한 대한 남아답게 한국말로 말해주고 왔습니다..

아이 쪽팔려....변명은 아니지만 잠결만 아니었어도 제가 이정도 잉굴리쉬 몬하것습니까...(지금 의심의 눈길로 보는 사람덜 조심혀~~~)

암튼 이제는 전철에서 졸지말고 다녀야 것습니다..

여러분 국제화시대에 맞춰 영어도 좋지만 우선 친절을 몸에 지닙시다.. 영어 몰라도 할무이가 암튼 웃으면서 "땡큐" 했으니 된것 아닙니까?

그 할무이가 자기네 나라가서 "한국에 갔는데 거긴 곰같이 생긴놈도 친절하더라..."라고얘기 한번해주면 얼마나 좋것습니까?

암튼 영어로 못한건 쪽팔리지만 뿌듯......

그럼 안녕히 계셔요...끝까지 보신분은 수고, 감사, 꾸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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