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복음묵상]오른손이 무엇을 하는지 왼손이 알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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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태 [gwingsun] 쪽지 캡슐

2000-03-09 ㅣ No.398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당신의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갚아 주실 것입니다."

 

사순에 임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씀입니다. 행여 잊어버릴까봐, 예수님은 이 말씀을 두 번도 아니고 세번씩이나 반복하십니다.

 

좋은 일을 할 때, 특히 자선을 베풀거나 희생을 할 때(예를 들면 신발 정리, 또는 공동체 방 청소, 쓰레기 치우기, 커텐 열기 같은 일),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첫째, "누가 보면 어쩌지"

 

둘째, "아무도 안 보면 어쩌지"

 

첫번째 마음은 부끄럽고, 웬지 나답지 않은 일을 하는 것 같아 드는 마음이고,

두번째 마음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드는 생각입니다.

 

저도 고백합니다. 처음 복음 묵상 올릴 때는, 조회수 같은 거 신경 쓰지 않고, 일기 쓰는 마음으로 맨날맨날 올려야지 했는데, 어쩌다가 이틀 빼먹고, 또 게시판에 제 이름이 너무 많이 올라있는 걸 보지,제가 봐도 너무하네 싶어 솔직히 요샌 처음 시작할 때만큼 묵상도, 기도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글도 꼬박꼬박 올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큰 맘 먹고 학교 옆 성당에 앉아 있었지만, 딴 생각만 하다 왔습니다.

 조회수가 많으면 부담이 되었고, 누군지 몰라도 추천해주시는 분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복음묵상]이라는 간판을 달자마자, 두자리이던 조회수가 한자리로 떨어졌습니다.

 그러지 않으리라 결심했건만, 저도 인간인지라...

좌절했습니다. 아, 역시 복음 나눔은 무리였단 말인가, 매일 올려봤자, "나 잘났소" 하고 떠드는 바리사이밖에 안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내가 올린 글 제목을 ’돈 버는 사이트 광고글’로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똥밟았다’는 기분으로 ’닫기’를 누르는 것이 아닐까, 어쩌다 복음묵상을 게시판에 올리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반면, 재미삼아 올려 본 [폭로]에 쏟아지는 관심과 격려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세자리를 향해 꾸준히 꾸준히 올라가는 카운터를 보며, "주님, 제가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주님은...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묵상 때려치고, 아예 [폭로]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아주 잠깐 들었지만, 그건 정말 아닌 것 같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성서책 붙들고 나쁜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봉사를 하건, 조직에 들어가 생활하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선택, 결단, 투신이지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한다면 정말 다행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할 수 없는 일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서울대 가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고민합니다. "이게 아닌데..." 하구요.

 

감히 말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망해도 후회는 없다" 라는 한 가지 생각만으로도, ’후회 없는 인생’이란 큰 걸 얻는 겁니다. 일단 마음을 정하고, 자신을 던진다면, 모자라는 부분은 숨어계신 하느님께서 채워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그분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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