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바보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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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20joolid] 쪽지 캡슐

2011-01-11 ㅣ No.1234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돌아 가셨다. 그 날.

그 날은 순교자현양회 시복시성 11시 미사가 명동지하성당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당연히 시복시성미사는 취소되고 김 스테파노 추기경 추모미사가 이어졌다.

시간마다 이어지는 미사에는 신자들만 참석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성체 시간에 앉아 계신 분도 많았다.

 

모두 한마음으로 돌아가신 추기경을 각자의 인연으로 추억했다.

나는 1975년 상봉동성당의 견진미사에 오신 신부님을 떠올렸다.

길게 이어지는 줄은 가톨릭회관 후문을 넘어 명동입구까지 이어졌다.

그 줄에 서서 명동성당 제대 앞에 모셔진 추기경님을 뵈었다.

단아하게 누우신 추기경님을 뵙고 나왔다가 현양회원들과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긴 줄을 서서 연도를 하러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장례식 날이 되었다.

꽃 한송이 진열되지 않았아도 모두의 마음 속에서 가장 화려했던 장례미사가 끝나고

의전차는 오열하는 신자들의 배웅 속에 용인 성직자 묘지로 떠났다.

 

다른 신부님들과 같은 크기의 묘에 안장되시기 전에 기증했던 각막은 적출되었다.

볼 수 없는 이에게 마지막으로 눈을 주고 가신 추기경님.

지금도 그 각막으로 누군가는 밝은 세상을 보고 있을게다.

나는 장기기증을 했었는데 다시 시신기증으로 바꾸었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아무도 질리지 않는 추기경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주님께서도 흐믓하게 보아 주시리라.

옳은 일을 하신 이를 추모함은 그렇게 살고 싶은 염원도 포함되어 있으리니.

다시 기일이 돌아오고 다시금 추기경님이 명동성당을 마지막으로 떠나시던 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며 ' 바보로 살기 '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한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하시던 선각자,

내 생각보다는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실천한 제자,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과 같이 쓰여지는 대로 쓰여지던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람이 살았던 바보의 삶을 동경하며 흉내라도 내어 보리라 다짐한다.

창 밖에 탐스런 눈이 내린다.

 

***   금요일 28일 표 원합니다.  수고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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