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온전히 그리스도가 제삶의 전부이바라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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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0-02-22 ㅣ No.1233

 

   용산 본당 김현숙 요셉피나 입니다.

 추기경님! 바쁘신 데도 일일이 답장을 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이 참 좋아졌구나.."하는 말씀은 옛날 어른 들께서 많이 쓰시던 말씀인데 저도 이렇게 옛날 같으면 아니 지금도 감히 어려워 말씀 못부치는 어려운 분을 세상이 좋아졌으니 편지도 보내고 받고해서 정말 세상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한편 안타까움은 좀 정이 없어지는것 같기도 하고요..

 설사 대화를 하다 침을 튀기는 실수를 할망정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게 참 정이가는 일이라 하더군요...

 추기경님 ,

 봄이 되면 생각나는 글이 있답니다.

일본, 작은 초등학교에서의 일이라고만 들었는데

 과학시간에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 물이 녹으면 무엇이 되느냐? "고 물으셨는데 모두들 "물이라고 대답을 하더랍니다.

 그런데 한아이가 조그맣게 "봄이 됩니다."하더래요..

전 이아이의 대답을 듣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이 아이처럼 과학적이진 못해도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답니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이야기가 있는데

 추기경님!

 앞에는 수만리 낭떠러지이고 뒤에서는 호랑이가 쫒아 오고 있답니다.   이럴때 추기경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낭떠러지로?

 아님 호랑이와 죽기살기로 덤벼싸우시겠어요?

 어떤 사람이 대답한 답에 저는 "아! 하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얼른 꿈에서 깬다..."

 추기경님 정말 그런 상황이 요즘 어디 있겠어요.?

꿈에서는 몰라도...!

 항상 절망이고 끝이라 생각하는 상황에서 "꿈에서 깨듯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때 IMF때도 우리는 낭떠러지에 떨어질께 아니라 호랑이와 싸울께 아니라 허황된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잘 살꺼라는 생각도 들어서 이렇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추기경님!

예전네 이산가족 찾기때 나이든 누나가 또 나이든 막내남동생을 찾았는데 나이든 것은 생각 안하시고 그져 막내로만 보이는지 "아이고..! 한번 업어주고 싶구나..."

 하는데 그말에 온 정이 다 묻어 나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혜화동 할아버지께도 반갑게 인사드리고 손이라도 잡아드리며 그래.요즘 건강은 어떻신지 두루두루 여쭙고 싶답니다.

 (주특기가 손 잡는 호스피스라...)

  추기경님! 어젠 쨤을 내어서 비디오 한편을 보았답니다.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평론가는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영화에서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먹는것(식욕)과 성욕, 그리고 늙음...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것 같았습니다.

 식욕은 그져 먹고사니 문제는 안되었고, 성욕 또한 부부가 늙어 죽으면 화장할건데 우리 몸에서 사리 나오게 하자고 농담을 합니다.  그런것에는 이미 초월한(?) 관심이 없는 나이인지....

 아니 어쩜 알게 모르게 생활의 주파수가 하느님께로 맞추어져 있음을 문득문득 느낀답니다.

 예수장이는 되어도 예수쟁이는 되지 말아야 할텐데요...

그래서 그런지 18세금지 ...야한(?)화면도 덤덤하게 보여지더라구요.

 그런데 관심이 가는 부분이 늙음과 죽음이었습니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고려장 같은 제도가 있었는지 나이가 들면 나라야마로 가야한다고 하더군요..

혹시 추기경님 보신거 아니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주인공의 어머니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여서 나라야마에 가야하는데(아들의 식솔 입한입 덜어주기위해..

 어머니는 일부러 튼튼한 이를 돌로 찢이겨 보기도하고 나중에는 돌절구에 앞이를 부닥트려 앞니를 부러트려 늙음을 재촉합니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에게도 짐이 될까봐 나라야마로 갈꺼니가 걱정 말라고 하니 새삼 어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왜 이럴때 성모님이 생각 나던지요...

또 전에 읽었던 책속에서 뵌 추기경님의 어머니도 생각 나는 거예요.

그리고 저의 어머니도..

 어머니를 지게에 실고 나라야마에 갑니다.

 가면서 아들이 발을 다치니 당신의 옷을 찢어 붕대로 주셨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가 옷을 찢어 나무에다 표시를 해 아들이 길을 잊지 않고 다시 집으로 잘 돌아 갈수있게 표시를 했다는데..

 그곳에 가보니 많은 유골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차마 떠나지 못하는 아들을 따귀를 때리며 어서 돌아가라고 역정을 냈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그리고 한 옆에서는 할아버지가 아들과 함께와서 다시 돌아가고싶어 애걸을 하는 모습을 보니 모성과 부성을 찰라로 생각하게되더라구요....

 추기경님 제가 아들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절절한 모성을 느끼지 못했을 꺼라는 생각을 하니 매날 컴퓨터 오락을 해서 속상하게 만들지만 오늘은 왠지 더욱 애정이 가더라구요..

 어디서나 성모님의 마음을 느끼곤 하지만 그래도 아들 덕에 성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볼수도 있답니다.

 추기경님!

 언젠가 본당 강귀석 신부님께 "신부님..저는 신앙이 있는

지 없는지 잘 모르겠고 그냥 발바닥 신자 인것 같아요..."

하고 말씀 드렸더니 "그럴수록 계속열심히 성당에 다녀 보세요..."하셨거든요

  신부님 강론이 좋으셔서 그냥 계속 갔는데 저도 모르게

모든걸 예수님과 결부시키게 된듯 싶습니다.

 지난번엔 산에 갔다오는데 올라 갈때에는 힘이 들었지만 꽃도 보고 흐르는 계곡의 물도 보고 했지만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도 더 좋더라구요..

 집에 간다는 사실때문에..

그때 또 이런 생각이 드는거예요.

 나중에 종착역에서 생의 애착심이 아니라 아버지집에 간다는 기쁨으로 들떠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요..

 집에가서 아버지께 뭔가를 잘해서 칭찬을 받게 생활해야지 뭔가를 잘못해 아버지 뵙기 미안하고 무섭고 두려우면 안될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기경님!  수다가 너무 길었죠?

 저에게 예수님이 제삶의 온전히 전부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에게도요...

 추기경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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