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인생은나그네길 -순례의 여정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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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8-02 ㅣ No.1721

     성지 순례 여정을 마치며

 

 짧은 여행을 하고 긴 이야기를, 그것도 부부가 함께 썼으니 좀 쑥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글을 쓰며 좀더 여행의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고, 다음에 가시는 형제 자매님들께 도움이 된다면 하는 뜻에서 정리삼아 썼다.

 

 여행을 떠나려면 목적에 맞게 준비를 해야한다. 사전 공부를 충분히 하고 지도나 참고 책자를 한두권 준비해야 충실한 여행이 된다.

 어린시절 사회과 교과서에서 파라솔을 쓰고 물위에 둥둥 떠서 책을 읽는 사람모습을 그린  이스라엘 사해의 소개 그림을 보았다. 이 그림은 내게 일찍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이번에 사해에 가서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 실지로 물에 완전히 뜨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완벽한 여행이 되도록 하는데는 완벽한  준비가 필수이다.  

 

 성지 순례의 경우는 평소 성서공부를 충실히 하고 떠나면 더 은혜가 충만함을 느낄 것이다. 순례지를 다닐때 또한 성경을 휴대해 장소마다 관련된 내용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면 진한 감동이 살아 난다.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타임머신을 타듯  당시의 생활과 세계로 돌아가서  예수님이 태어나고 활동하신 곳을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다니며 그 시대의 생활방식에 가까운 모습으로 머물며 도보등으로  순례를 해도 남다른 체험이 될 것 같다.

 

 이집트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용케도 한국사람을 알아본다. 그리고는  "빨리 빨리" 하고 소리치며 아는체 한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정말 부끄러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용이나 형식은 따질 것 없이 무조건 " 빨리빨리"만 해 달라고 얼마나 재촉하고 설치고 다녔는가....우리의  거칠고 무례했음이 지금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생각하며, 매사에 숨 돌리며 천천히 사는 여유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숨막히는 사막지대에 살며 서두른다면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환경이 ‘슬로 슬로’의  문화를 만들었지만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여행자라도  그들의 생활 관습, 환경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추지 않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순례를 마치고 예루살렘에서  텔아비브로 나와 비행기를 타고  이집트 카이로까지 왔다. 카이로 공항에서 짐을 찾아서 KAL로 바꿔 타려는데 이집트인들은 통과여객인 우리의 여권과 비행기표를 가져가며 5분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1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궁금해져서  물으면 "걱정 말라" 고만 한다. 곳곳에서 그런식이다. 짐을 찾아 KAL을 타는 출구까지 오는데 다섯시간은 족히 걸렸다.

 "사막에 가면 사막 사람들 하듯 살아라"는 것이 이번 여행의 깨달음이다.

 

 최근 우리 국력의 발전으로 세계 20-30개 국가를 빼고는 어디를 가나 서울보다 불편하다. 이것을 알고 떠나야한다. 국내에서는 웬만한 숙박시설의 경우 세면 도구등이 준비되어 있다. 비치해주지 않으면 일회용을 파는 자판기도 있고 방에 물, 화장티슈 등은 기본이다.  냉장고엔 돈을 받지만 시원한 맥주와 찬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웬만한 수준의 호텔에도 냉장고는 물론없고 1회용 면도기 등은 살 수 없었다. 비누와 타월만 있다. 먹는 물은  사 갖고 돌아다녀야 한다.

우리나라는 통신등 사회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곳곳에 공중 전화박스가 있다. 하지만 이집트 이스라엘 같은 곳에서는 공중전화가 드물다.간신히 호텔 정도에나 있다.

 사막에서는 역시 물이 귀하고 수질도 나쁘다( 아프리카 같은데서는 물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물장관의 파워가 대단하다고한다). 이집트의  물은 뻑뻑해서 머리를 감고 나면 무스 바른것처럼 머리가 모두 하늘로 추켜 선다. 물이 귀하다보니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다. 화장실 한번 가는데 1달러(약1천1백원)라고 생각해 보라. 시시때때로 가야하는데  2~3명이 함께 가서 1달러를 내기도 했지만 잔돈이 없을 때도 있고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화장실 가기 귀찮아져 먹고 마시는 것도 자제하는 경우도 있다. (공중화장실은  물론 관광지, 국립 박물관, 음식점, 휴게소등과 공항 화장실마저도 예외 없다) .

우리가 얼마나 좋은 환경속에서 사는지, 평소 얼마나 풍족함속에 사는지를 새삼 느꼈다. 그리고 물의 고마움과 물을 오염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은 나그네 길입니다. 우리 모두 인생 순례의 여정을 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의 가이드가 예수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지치고 목마른 우리 인생길에 생명의 찬 물을 제공하십니다. 그 분이 우리의 안내자로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며 순례기를 마칩니다.

 

  안드레아와  모니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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