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연중 제19주일 강론(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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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heonheon] 쪽지 캡슐

2000-08-12 ㅣ No.1823

      1독서 :   1열왕 19,4~8

      2독서 :  에페소서 4,30~5,2

      복   음 :  요한 6,41~6,51

 

 

  오늘 복음에서는 유다인들(요한 6,41~51)이 등장합니다.

이 유다인들은 12일 동안 예수님을 찾아다녔던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고쳐 주신 기적을 보고 떼를 지어

예수님께 몰려왔다가 오천 명이 넘는 군중들을 먹이신

기적을 목격하고는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 했던 사람들입니다.

(요한 6,2~15 참조).  

예수님께서 그들을 피해 산으로 들어가시자 예수님을 찾아서

이틀 동안 티베리아 호숫가를 이리 저리 헤매다가 마침내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간신히 찾아서 만나게 된 유다인들은 뜻밖에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그들은 예수님 말씀마따나 예수님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요한6,26참조)  예수님을 찾아왔을 것이고,

예수님을 만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육체적인 충족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이 기대하는

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빵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주고자 하시는 빵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빵이며

그 빵은 다름 아닌 당신의 살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유다인들은 웅성거리며 못마땅해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며 서로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유다인들의 이런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육신의 욕구를 채워 줄 현세적인 그리스도를 원했지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시켜 주는 중재자이며 우리 인간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예수님의 주장에 유다인들은

반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그들로서는 당연히 당황하고 갈팡 질팡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육체적인 만족에만 급급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의 요청은 그저 황당무계하고 뜬 구름 잡는 어거지일 뿐입니다.  그네들의 관심은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온통 현세적인 생명이 누릴 수 있는 안락하고 쾌적한 즐거움에만 쏠려 있습니다.

 

  참 생명의 빵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 듣기 위해서 지녀야 하는 우리의 마음 가짐은 믿음입니다.  이 믿음은 물질 세계안에서 통용되는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될 뿐더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작용하는 우리의 이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논리적으로 근거를 따져서 얻어질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아니라 그저 순진한 어린 아이처럼 아무런 의심 없이 "아멘." 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입니다.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에 살면서 하도 당하고 속다 보니까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는 처세술이 어느 틈엔가 우리 마음속에 아주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조심과 의심이 몸에 배인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우리를 속여 먹을지라도 예수님만은 우리를 속이지 않으실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은 믿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부족한 우리의 믿음을 키워나가야 할 숙제를 늘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  

        (요한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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