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성당 게시판

성모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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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원 [csw1955] 쪽지 캡슐

2001-05-27 ㅣ No.971

벌써 어제가 되었네요.

토요일 저녁 성당 마당에서는 성모의 밤 행사가 전 구역 신자들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항상 들어 올때 인사하는 성모님과 함께하는 행사라서 참 좋았어요.

오랜만에 화사하게 치장하신 성모님을 보면서 우리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오랫동안

아파서 병상에 계신 어머니에게 성모님처럼 화사하게 꾸며드릴 기회가 올수 있을런지...

5월 참 좋은 계절 성당 마당에 울려 퍼지는 성모송을 들으며 행복 했습니다.

신부님의 강론을 생각하며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을 적어 봅니다.

 

 

     < 별 헤는 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다씩 불러봅니다.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패,경,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비둘기,강아지,토끼,노새,노루,<프랑시쓰.짬> <라이넬.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19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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